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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카드’ 결국 실패로… 새 장관 인선에 주목하는 中企(종합)

김정유 기자I 2017.09.15 14:50:34

박성진 중기부 장관 후보자 15일 자진 사퇴
새로운 장관 인선 현실적으로 내달 중순에야 가능할 듯
윤호중-박영선 의원, 한정화 전 청장 등 다시 물망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자진사퇴를 결정했습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청와대 임명 22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창조과학회 활동,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 등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끝내 뒤집지 못하면서 사실상 쫓기듯 자리에서 내려왔다. 박 후보자의 사퇴로 중기부 장관 인선은 또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게 됐다. 청와대가 다음주 신속히 새로운 중기부 장관 후보를 지명하더라도 현실상 10월 중순에야 장관 임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시금 힘있는 정계 출신 인사들이 새로운 중기부 장관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모습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자진 사퇴했지만 입장문엔 ‘억울함’ 가득… 청문회 나흘만에 ‘백기’

박 후보자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청문회를 통해 중기부 장관으로서 이념과 신앙 검증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전문성 부족을 명분으로 부적절 채택을 한 국회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통합하고 상생해 사람 중심의 더불어 잘 사는 나라로 발전하길 소망한다”며 “저를 지명해주신 대통령님과 함께 주신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입장문 전반에 국회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념과 신앙 검증에 몰두했던 국회가 결국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 이유를 ‘전문성’으로 든 점이 박 후보자 입장에서는 못내 아쉬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통합하고 상생해야’라는 문구에서는 본인의 사퇴에 큰 영향을 미친 역사관과 이념 문제를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나흘만이다. 박 후보자는 청와대 지명 이후 창조과학회 이사 활동, 뉴라이트 역사관 등에서 논란을 빚어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지난달 말에는 박 후보자가 자처해 기자회견까지 진행했지만 다소 모호한 입장 발표로 오히려 여론을 더 악화하게 만들었다.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이같은 지적이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박 후보자는 똑같은 입장만 반복해왔다.

창조과학회 문제도 있지만 여론을 가장 자극한 것은 뉴라이트 역사관 문제였다.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극우 논객 변희재씨 등을 학교 행사에 초청한 것이 드러나면서 악화된 여론에 불을 지폈다. 앞서 각종 언론사 칼럼 등에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도 논란을 더 키웠던 요인이다.

이같은 박 후보자의 이념과 역사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자칫 대통령 지지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국회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에도 박 후보자 측에서는 사흘간 자진 사퇴 언급이 없어 중소기업계의 혼란이 가중돼 왔다. 청와대가 장고를 거듭하면서 ‘임명을 강행하는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결국 청문회 나흘만에 박 후보자는 낙마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실무에 능한 사람을 쓰는 실무형 관리자 정도이지 국가 중소기업 정책을 관장하는 수장의 감은 아니었다”면서 “어서 빨리 장관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소기업 정책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영선 의원, 한정화 교수, 윤호중 의원.
◇새 장관 임명 언제 이뤄지나… 물망되는 후보군은?

박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지만 문제는 출범 52일째 장관이 공석인 중기부 업무도 함께 시계바늘이 멈췄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관련 유관기관의 수장들도 함께 공석이어서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의 시작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중기부의 4실 가운데 3실의 실장도 공석인데다 당초 9월 초에 했어야 할 대통령 업무보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 추진에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장을 오랫동안 기다려 온 중기부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타 부처들은 지난달 말 모두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쳤는데 중기부는 다음달이나 가능한 상황이어서 우려가 된다”며 “업무보고부터 끝내야 정책 추진이 속속 연계될텐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24일 박 후보자 지명 당시 중기부는 다음날인 25일 자료를 준비해 28일께 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달 7일로 예정됐다가 11일로 연기됐다. 지명 이후 인사청문회까지 19일이 걸린 셈이다. 다음주 초에 청와대가 신속히 새로운 중기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10월 초 추석이 껴있어 사실상 인사청문회와 장관 임명은 현실적으로 10월 중순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물론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상황인만큼 여야가 적극 협조한다면 이달 말까지 임명을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청와대가 여야 모두 납득할 만할 인사를 지명하는 것이 전제다.

함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다음 중기부 장관 후보자다. 다시 힘있는 정치권 인사가 물망에 오른다. 박 후보자 지명 이전 막판까지 정계쪽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3선의 윤호중 의원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지낸 ‘정책통’이다. 윤 의원은 대선 때 당 정책위의장으로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맡아 ‘대한민국 경제균형발전을 위한 중소기업정책’ 등을 총괄했다. 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을 맡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수립’을 주도하는 등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재벌 개혁론자’인 박영선 의원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4선 중진 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재벌개혁특위 위원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아울러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재인 캠프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만든 이무원 연세대 교수 등도 다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밖에 최장수 중소기업청장을 지냈던 한정화 한양대 교수도 중소기업 정책 전문성, 행정경험일 풍부하다는 장점을 들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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