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론상으로는 기준금리를 낮추면 가계 소비는 늘어나고 기업 투자는 확대된다. 화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물가는 상승하고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작동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한은이 1.5%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가계 소비는 줄어들고 오히려 올해 1분기 저축률은 17년만에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은 투자대신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 기준금리를 낮춰도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니 물가도 제 자리 걸음일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고령화 현상 등 구조적인 문제와 국제유가 급락 등 경기적인 문제가 결합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 등으로 기대할 수 있는 물가 수준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 놓는다.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8개월째 0% 저물가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설비투자는 1.3% 감소하며, 3월(-3.9%)과 4월(-0.8%)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5월 소매판매지수도 전월대비 보합에 머무는 등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0%대의 저물가 현상은 7월까지 8개월째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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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최근의 저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금융위기를 전후로 가계소득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고령화 현상,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소비여건이 악화됐다.
글로벌화로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업의 국내투자 유인도 떨어졌다. 또 글로벌화와 유통구조 혁신 등으로 공급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됐다.
실제로 이날 한은이 발표한 ‘인플레이션보고서’를 보면 21개 주요 물가안정목표제 국가를 대상으로 1995~2014년 자료를 이용해 인구고령화와 글로벌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인구고령화가 진전되고 인구증가율이 낮을수록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개방도 상승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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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중소기업을 타겟팅해서 대출지원을 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의 경우 지금과 같이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유용한 보조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안정목표 낮추나 .
특히 올 하반기 한은이 이같은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해 물가안정목표를 2%대로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년 주기로 정해지는 물가안정목표는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주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현재 한은이 설정한 물가안정목표는 2.5~3.5%이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12년 11월부터 올 6월까지 32개월간 이를 밑돌고 있다.
한은 또한 보고서를 통해 “물가안정목표 설정과 통화정책 운용시 이같은 구조적인 변화를 어떻게 감안하는 것이 바람직할 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유연한 입장임을 드러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각에서는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해 오히려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하지만 자칫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버블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펼칠 때 물가안정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 또한 고려해야한다”면서 “그런면에서 물가목표를 조금 낮추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