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원래 평당 10만원이었는데, 흥정해서 18만4000원을 받았어. 20만원까지 받고 싶었는데. 농협 빚 6000만원을 다 갚고, 땅도 좀 샀지.”
공주시 장기면 평기리에 사는 농민은 논 1800평 가운데 599평을 지난 4월 처분했다. 그 돈으로 다른 곳에 땅 1600여평을 샀다. “30년 묵은 빚도 청산했고 다른 곳에 농사지을 땅도 사뒀더니 마음도 편해. 난 농사 아니면 할 게 없거든.”
신행정수도 이전 발표 이후 충청권에서는 땅값이 오른 덕분에 평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농가 부채를 지고 있는 농민들이 땅을 팔고 빚에서 해방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5일 행정수도 후보지 평가발표에서 최고점을 받은 공주 장기면의 한 이장은 “마을 주민들의 절반 정도는 땅을 팔아서 부채를 해결했다”며 “다 갚지 못했더라도 조금이라도 우선 갚아서 숨통들이 틘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자녀에게 물려줄 것이 없었던 농민들에게 땅값 상승은 희소식이었다. 공주시 금남면에 사는 70대 농민은 지난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농지 3000평을 3억원에 팔아 자녀 3남매에게 다 나눠줬다. 안 팔았으면 지금 7억이 넘게 받을 수 있었지만, 아깝지 않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농사를 망쳐서 빚을 졌을 때도 얼마나 물심양면으로 날 도왔는디… 돈이 생겼을 때 바로 줘버려야지. 땅가지고 죽을 것도 아니잖아유.”
연기군 남면에 사는 60대 농부는 얼마 전 땅을 팔아 3억원을 마련해 사위에게 줬다. 평소 코빼기도 안보이던 사위가 두달 전부터 “모내기 도와주겠다”며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쇼라는 걸 알지만, 어린 외손주들까지 데리고 와서 눈 앞에 아른대는데, 어떻게 버티겠어.”
“갑자기 마을에 효자가 늘었어. 명절에나 나타날까 말까 했던 애들이 이제 틈만 나면 손주 손잡고 와. 그런 집이 세집 건너 하나야. 그러면 대부분 노인네들이 땅을 팔지. 그런 게 부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