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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의 실제 내용은 명확하다. 사이버보안이나 운영상 위험을 부를 수 있는 특정 외국산 장비와 여기 딸린 소프트웨어·디지털 기능을, 미국 안에서 사고팔거나 설치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장관에게는 이미 설치돼 돌아가고 있는 장비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추가 조건을 걸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즉 앞으로 새로 들어올 장비뿐 아니라, 지금 가동 중인 설비까지 관리 대상에 넣겠다는 뜻이다.
단초는 지난해 나온 조사 결과에 있다. 미국 전문가들이 전력망에 붙어 있는 장비들을 하나하나 분해해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던 중,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일부에서 제품 설명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통신 장치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전력 변환 부품이지만, 안에 알려지지 않은 통신 기능이 숨어 있었다는 얘기다. 이 발견이 이번 비상사태 선포의 실질적인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올해 초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인버터를 쓰지 못하도록 이미 선을 그은 바 있다. 대서양 양쪽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부품, 같은 제조국을 겨냥한 규제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치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2020년 5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명령이 있었다. 당시에도 ‘외국 적대세력’이 만든 전력망 핵심 장비의 사용을 제한하는 행정명령 13920호가 발동됐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이 명령의 효력을 잠시 멈추고 90일간 재검토에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바이든이 중국에 미국 전력망 접근권을 넘겨줬다”는 식의 왜곡된 주장이 퍼지기도 했다. 실제로는 재검토 기간에도 중국산 장비 금지 자체는 계속 유지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번 2기 행정부의 조치는 결국 5년 전 봉인해뒀던 정책을, 국가비상사태라는 더 무거운 형식으로 다시 꺼내 든 것에 가깝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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