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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은 건물을 지으려고 땅을 빌린 사람에게 지상물매수청구권(임대차가 끝날 때 건물을 사 달라고 요구할 권리)을 준다(제643조, 제283조). 헐어 없애는 손실을 막고, 토지 소유자의 배타적 소유권 행사에 희생되기 쉬운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제도다. 상대가 응하든 말든, 요구하는 순간 매매계약이 성립한다(이런 성질의 권리를 형성권이라고 한다).
문제가 된 땅은 종친회 소유 임야 3만 6,000㎡ 중 748㎡다. 2002년 임차인이 축사를 사면서 부지를 빌렸고, 2007년경 축사는 177㎡ 창고 겸 주택이 됐다. 주변에는 건물 다섯 채를 더 지었다. 종친회는 2021년 5월 인상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을 끊겠다고 통보했고, 그해 11월 30일 계약은 끝났다.
1심은 임차인 손을 들어 종친회가 4,481만 원에 건물을 사라고 했다. 항소심은 뒤집었다. 건물은 건축물대장 면적의 두 배로 늘고 용도도 축사에서 주택으로 바뀐 위반건축물이었다. 파주시는 스스로 고치라고 통보하고, 고치지 않으면 부과할 이행강제금 1,526만 원까지 예고했다. 항소심은 이런 건물을 떠안으면 종친회가 등기도 못 하고 철거 의무와 이행강제금 위험까지 지게 되니, 재산권 행사에 지나친 제약이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달리 봤다. 허가받은 적법한 건물이 아니더라도 계약이 끝날 때 경제적 가치가 남아 있으면 매수청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1997년 이래 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다37753 판결). 등기 없는 무허가 건물을 사서 점유하는 임차인도 마찬가지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48364, 48371 판결). 결정적 사정은 이렇다. 종친회는 2014년 건물이 불법증축된 상태임을 알면서 그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땅을 빌려줬고, 임차인은 8년 동안 성실히 임대료를 냈다는 것이다. 등기가 어렵다거나 철거비용을 떠안는다는 것은 무허가 증축 건물에 “일반적으로 수반하는 위험”이다. 그 사정을 알면서도 8년 넘게 계약을 유지하며 임대료를 받아 온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에 지나친 제약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만으로 매수청구를 막으면 1997년 판결의 취지가 없어진다고 했다.
증명책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매수청구를 막는 특별한 사정은 임대인이 증명해야 한다. 파주시의 행정처분도 소송이 시작된 뒤 종친회의 민원에서 비롯됐고, 뒤늦게라도 허가를 받는 길이 막혔다고 단정할 자료가 없었다. 항소심이 근거로 든 2021년 판결(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21다260671 판결)도 늘린 부분이 빌린 땅을 벗어나 임대인 소유의 다른 세 필지를 침범한 사안이어서, 건물 전체가 빌린 땅 안에 있는 이 사건과는 상황이 달랐다.
임대인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임차인의 건물이 무허가이거나 허가 범위를 넘어 늘어난 상태임을 알면서 세를 받아 왔다면, 계약이 끝날 때 ‘불법이니 헐라’는 주장만으로 매수청구를 막기 어렵다. 문제 삼으려면 그때그때 시정을 요구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남은 숙제도 있다. 사들인 건물이 여전히 위반건축물이라면 시정 의무와 이행강제금은 새 소유자에게 넘어간다. 대법원은 그 위험이 매수청구를 막을 만큼 크지 않다고 했을 뿐, 위험을 없애지는 않았다. 환송받은 법원은 건물 값을 다시 정한다.
불법을 알고도 이익을 누린 쪽이 뒤늦게 그 불법을 이유로 상대의 권리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그렇게 보았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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