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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값 인하 '이례적 속도' 내는 정부…K소주·위스키 얼마나 싸지나

남궁민관 기자I 2023.12.04 16:09:56

기재부, 국산 주류 대상 기준판매비율 도입 잰걸음
통상 20~40일인 입법예고 단 4일…물가안정 의지 반영된듯
최대 40% 적용시 소주 225원·위스키 2만원 가량 ↓
"유흥시장 가격 못 낮춰도 오름세는 막을 듯" 기대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물가 안정의 일환으로 술값 인하에 나서는 가운데 내년부터 희석식 소주는 최대 220원 안팎, 국산 위스키·증류식 소주는 1만원 이상 공장 출고가격이 내려갈 전망이다. 식당이나 주점 등 유흥시장 내 주류 소비자가격에 인하폭이 반영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최소한 무분별한 인상은 억제시키는 분위기 전환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소주를 구매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기준판매비율 40% 도입시 인하폭 보니

4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희석식·증류식 소주 및 위스키 등 국산 주류에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세법 시행령’ 및 ‘주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하고 이날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관계부처 협의 및 국무회의 등을 거쳐 연내 입법할 예정으로 내년 1월 1일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은 20~40일간 진행된다는 점에 비춰 정부의 이번 기준판매비율 도입 추진은 매우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최근 정부는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비춰 국산 주류 가격 안정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판매비율이란 일종의 ‘세금 할인율’ 개념으로 이를 도입하면 제품 원가에서 기준판매비율분을 뺀 액수를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금액)으로 삼아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희석식 소주 1병의 제조 원가를 600원이라고 하면 현재는 여기에 주세(제조원가의 72%) 432원, 교육세(주세의 30%) 130원 가량이 붙는다. 아직 기준판매비율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고려 중인 최대 40% 적용시 과세표준은 360원으로 줄어들며 이에 따라 주세는 259원, 교육세는 78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부가세를 제외하고 제조원가와 주세, 교육세를 더한 소주 1병의 공장 출고가는 기존 1162원에서 937원으로 최대 225원 낮아지는 셈이다.

특히 이번 기준판매비율은 수입 주류와 과세 역차별을 해소한다는 데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국산 주류는 과세표준인 제조 원가 내 판매관리비·영업이익을 모두 포함하도록 돼 있지만 수입 주류는 판매관리비·영업이익을 제외한 수입신고가와 관세만을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K위스키 대표주자인 쓰리소사이어티스가 단순 추산해 제시한 사례를 보면 제조 원가 1만원(판매관리비·영업이익 포함시 5만원)인 제품의 공장 출고가는 수입 위스키가 8만2333원인 반면 국산 위스키가 10만6480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왔다. 여기에 기준판매비율 40%를 도입하면 국산 위스키 공장 출고가는 8만7760원으로 현재보다 1만8720원 저렴해졌다.

◇“무분별한 인상은 막을 듯”…종량세 전환 목소리도

지켜볼 대목은 이같은 공장 출고가격 인하가 식당이나 주점 등 유흥시장 내 주류 소비자 가격에 실제 반영될지 여부다. 대형마트나 슈퍼, 편의점 등 가정시장은 공장 출고가격에 일정 물류비와 마진, 부가세가 더해져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라 공장 출고가격 인하분이 비교적 투명하게 반영되지만 유흥시장의 경우 최종 소비자 가격 결정권을 쥔 식당·주점 점주들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다.

최근 식자재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널뛰기 중이고 인건비나 전기료, 임대료 등 제반비용 부담 또한 높아 주류 소비자 가격에 높은 마진을 반영하려는 점주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주류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주류 소비자가격의 책정 방식에 대한 소비자 이해가 높아졌고 정부가 주세까지 낮추는 노력을 전개함에 따라 점주들이 쉽사리 주류 가격을 올리기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기준판매비율 도입이 어느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산 증류식 소주·위스키 업계에선 이참에 증류주 종량세 도입에도 속도를 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증류주는 제조 원가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종가세를 적용 중이나,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하는 종량세로 전환해 국산 주류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도모해야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기재부는 증류주 종량세 도입과 관련 내년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여러 주종의 고른 발전을 위한 주세법 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좀처럼 개선 기회를 잡지 못한 주세에 변화 움직임이 가시화된 만큼 K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심도 높은 논의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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