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아산 의료봉사상에 서울시립 서북병원 최영아 전문의 선정

이순용 기자I 2021.10.20 14:24:0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제33회 아산 의료봉사상에 노숙인 무료진료에서 시작해 이들의 재활과 주거, 자립까지 지원하며 20년째 헌신하고 있는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 내과 전문의 최영아 의사(사진·여· 51)가 선정했됐다. 의료봉사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억 원이 주어진다.

1989년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최영아 의사는 예과 2학년 때 동아리 선배들을 따라 무료급식소에서 설거지 봉사를 하면서 노숙인들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다.

봉사를 하던 중 비를 맞으며 밥을 먹는 노숙인을 본 최영아 의사는 ‘이들은 왜 노숙을 하게 되었는지, 질병이 얼마나 많은지,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2001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최영아 의사는 국공립 병원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당시에는 노숙인 환자를 위한 공공의료 서비스가 거의 없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던 민간 자선병원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의대 재학시절 급식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된 단체의 무료병원 설립 준비에 참여했고, 2002년 10월 기독교계에서 처음 설립된 무료병원인 다일천사병원에서 의무원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최영아 의사는 병원 옆 사택에서 생활하며 낮에는 1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밤에는 당직 근무를 서면서 밤낮없이 환자들을 돌봤다. 노숙인들은 정해진 주거지 없이 잦은 입·퇴원을 반복하고, 입원하게 되더라도 의료진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환자들을 차별 없이 치료하며 의료봉사에 매진했다.

최영아 의사는 과거 다일천사병원 설립에 관한 자문을 구하면서 인생의 멘토인 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2004년 경 요셉의원에서 최영아 의사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자 자리를 옮겨 노숙인들과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을 함께하게 되었다.

최영아 의사는 선우경식 원장이 환자나 직원에게 절대 화를 내지 않고 알코올 중독 환자를 끝내 재활시켜 직원으로 채용하는 모습, 알코올 중독으로 입·퇴원을 60차례 반복한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 술을 끊게 만드는 모습 등을 보면서 향후 나아갈 치료 방향을 배웠다. 또한 환자의 삶에 관심을 갖고 마음의 상처까지 돌보는 것이 몸을 치료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노숙인들을 대면하고 치료하면서 자립을 돕는 일이 그들의 건강을 지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최영아 의사는 2009년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 지원 사업을 하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내에 ‘다시서기의원’을 설립했다. 또한 단순히 진료에만 머물지 않고 다시서기의원에서 진료한 노숙인 956명의 주요 질병들을 분석해 2015년 ‘질병과 가난한 삶’을 출간하고 노숙인들의 진료와 재활,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 정책과 사회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영아 의사는 2014년부터 마리아 수녀회의 요청으로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자선병원인 도티기념병원에서 내과 과장을 맡아 와상 상태의 노숙인과 행려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도티기념병원이 문을 닫자, 기존에 진료하던 노숙인들을 계속해서 돌보기 위해 도티기념병원 인근의 공공의료기관인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영아 의사는 서북병원 내과 전문의로 있으면서 도티기념병원에서 진료하던 노숙인, 중증 장애인, 정신장애인 환자들에 대한 돌봄을 이어오고 있으며, 병원을 찾는 취약계층 환자에게 치료 외에도 공공임대주택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방법 등 지자체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또한 노숙인들의 자립과 주거 지원을 위해 2009년 여성 노숙인 쉼터인 ‘마더하우스’를 설립하고, 2016년 마더하우스의 안정적 운영과 해외 사업을 목적으로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인 ‘회복나눔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회복나눔 네트워크’는 기존의 ‘마더하우스’ 사업을 통합하여 의료지원, 주거지원, 생활지원, 교육 및 인식개선 사업 등의 활동을 전개하며 노숙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33회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 최영아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