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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민단체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군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등군사법원의 무죄판결을 규탄하며 “국가는 군대 내 성폭력과 혐오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장은 “피해자가 당시 할 수 있는 저항은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비트는 것뿐 ‘싫다’ 말하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그럼에도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저항했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경 젊은 여군포럼 대표는 “이건 판결은 여군 피해자들이 성폭력 앞에서 취약해지는 지점을 무시한 결과”라며 “이는 고등군사법원으로서 존재 이유를 포기한 행위”라고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피해자가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약점 삼아 가해자들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종걸 군관련성소수자인권침해·차별신고및지원을위한네트워크 활동가는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악용해 남자를 알려준다는 빌미로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했다”며 “이는 명백한 성폭력 범죄이자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해군 간부 여군 성폭력 사건은 지난 2010년 9월 말부터 같은 해 12월 초까지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당시 중위)는 2010년 4월 첫 함정근무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직속상관이던 A소령으로부터 추행을 당했다.
피해자는 지속적인 피해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으며 임신중지 수술과 피해 사실을 함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당시 함장이던 B대령(당시 중령)에게 또 성폭력을 당했다.
이후 피해자는 지난해 복무 중 근무지를 이탈한 후 여군 헌병 수사관에게 이탈 경위를 설명하면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공론화를 원치 않던 피해자는 군 수사기관의 설득 끝에 A,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8년과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허위 진술을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기억이 변형 내지 과장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이 동반되지 않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없다”며 A·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현재 군 검찰은 A·B씨에 대한 상고장을 각각 대법원에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