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억이상 금융사 임원 공시 의무화…주총 거쳐야 성과급 지급(종합)

전재욱 기자I 2018.03.15 11:46:55

"금융사 임원 보수 높다는 사회적 비판 고려"
대주주 감시 강화…적격성 대상 및 요건 확대
소급입법 불가…삼성생명 이재용 심사대상 제외

최종구(왼쪽) 금융위원장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감원, 금융연구원, 기업지배구조원, 금융협회 및 학계·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금융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앞으로 고액연봉을 받는 금융사 임원은 보수를 얼마 받았는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성과급을 받으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등 지급 과정도 까다로워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금융회사지배구조 간담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금융권이 국민의 오해를 불식하고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금융위는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감독규정을 개정해나갈 방침이다.

◇“보수 공시 대상 증권사가 제일 많아”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회사 임직원 가운데 △보수총액 5억원 넘는 임원 △보수총액 상위 5인 가운데 5억원 이상 임직원이 공시 대상이다. 성과급을 2억원 넘게 받아도 공시해야 한다. 또 상장 금융사(자산 2조원 이상)가 등기임원에게 성과급을 주려면 임기 내에 최소 1회 이상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려야 한다. 주주 반대가 많은 보상계획은 자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김태현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사 임원이 성과에 비해 높은 보수를 받는다는 사회적 비판이 계속돼 공시를 통해 임원 보수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영국과 미국에서도 보수를 공시하는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가 해당하는 인원이 제일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바뀌는 제도 안에는 금융사 CEO 선발 투명화 방안도 있다. 이제 금융사 CEO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추천위원회에 끼지 못한다. 사외이사 감시를 받는 CEO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CEO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사외이사 비율도 3분의2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종전 과반수보다 강화한 것이다. 다만 CEO를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영향력은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임원 등 사내이사는 위원회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금융사 상당수가 CEO 승계 프로그램을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사외이사가 CEO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사 대주주 견제가 세진다. 우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확대한다. 최다출자자가 법인이면 법인 대표와 그의 특수관계인 주주까지 심사대상에 오른다.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주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더해 그와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새로 심사 대상이 된다.

심사 요건도 강화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금고형 이상)이 대주주 결격사유에 추가된다. 미필적 고의를 포함해 의도를 갖고 저지른 배임죄도 포함된다. 김 국장은 “특경가법 위반은 국민 경제윤리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전 금융관련법령과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관련 결격사유는 그대로 유지한다.

◇강화된 주주심사 소급입법 불가…이재용 제외

앞으로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의 금융사 지배력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소급적용은 안 되고 법 시행 이후 저지른 범행으로 유죄가 확정된 것만 해당한다. 아울러 지분 10% 초과분 의결권만 제한하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금융사 지분 11%를 가진 대주주가 배임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의결권은 1%를 제외한 10%를 행사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두 사안에서 모두 예외다. 경제범죄에 연루돼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지만 법 시행 이전에 있던 행위고 이날 현재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이 0.06%이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의결권 제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식 처분을 명령하게 된다. 의결권 제한 대상은 개인에서 법인까지 확대한다.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키우는 방안도 담긴다. 현재 주주제안권 행사요건 ‘의결권 0.1% 이상’에 ‘직전분기 말 보유주식 액면가 1억원 이상’이 추가된다.

금융사 감사위원 장기근무는 사라진다. 경영진 감시의무를 버리고 유착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상근감사와 상임 감사위원은 같은 금융사에서 6년을 넘겨 근무할 수 없다. 다만 감사위원의 임기를 최소 2년 이상으로 둬서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내달까지 관련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하반기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순조롭게 통과되면 내년 초 공포돼 하반기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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