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과 2일 LG유플러스(032640)가 방통위의 법 위반 혐의 사실조사를 거부했는데, 처리 방식을 두고 상임위원들 간의 인식차는 물론 위원장-부위원장 간 소통 부재에 대한 책임공방, 규제업무에 대한 공정성 논란까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지속된다면 국회의 관련자 증인출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방통위의 정당한 법집행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LG U+ 사실조사 거부 입장 표명 질질 끄는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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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위원장이 유럽 출장 중이었다고 해도, 위원장 귀국이후 지난 7일 열린 방통위원간 티타임(상임위원간 비공개 회의)에서 조차 입장정리가 안 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10일 열린 전체 회의(공개회의)에서 고삼석 위원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기주·최성준 위원장이 언급 자제를 요청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3기 방통위까지 기업이 규제기관의 법집행을 방해한 적은 있지만 공문까지 보내면서 거부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럼에도 최 위원장은 “사실조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형태의 거부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한 뒤에 제재 방안을 따로 논의하든지, 나중에 유플러스에 대한 (제재) 결과와 함께 논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어떤 현상이 발생했고 관련자 진술에 차이가 있을 때 상황 파악부터 하자는 것은 맞는 말이나 일주일이 지나서까지 사실 파악을 못했다면 그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한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라면 “이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상황을 파악하니 조사 거부가 맞다”라고 하거나 또는 “조사거부로 보기는 어렵다” 등의 언급으로 논란을 잠재웠어야 했다.
◇사무처 직원 조치는 신속…의문을 키운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 LG유플러스에 대한 단말기유통법 위반 조사의 실무책임자였던 공무원은 발 빠르게 인사조치했다.
그가 5월 31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법무실장과 오찬을 하면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고 위원은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CEO 오찬 때문에 대기발령됐다”며 “이 부분은 팩트가 확인됐는가? 우리 직원에 대해서만 선조치 됐다”고 비판했고, 최 위원장은 “본인이 만남의 부적절성을 인정했다. 언론 보도와 본인 이야기는 좀 다르다. 그렇다고 강제 수사를 해서 어느 부분이 맞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런 사람이 조사를 책임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서 배제한 것”이라고 답했다.
3일 LG유플러스가 조사 협조를 공식선언 해서 법 위반 사실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논란이 되는 공무원이 지휘권을 행사할 순 없지 않느냐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당시 오찬이 잘못이라면, 적어도 해당 공무원과 LG유플러스의 책임은 반반일텐 데, 방통위가 한쪽은 징계하고 한 쪽은 미적거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김재홍 부위원장은 “일부 언론은 엘지유가 어디 믿는 구석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권영수 부회장과 서울대-경기고 동문인 최 위원장에 대해 에둘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와중에 특정 상임위원이 사실조사를 반대했다는 언급까지 나왔고, 해당 상임위원은 부위원장에게 “그 말에 책임져라”면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위원장 리더십 회복 절실…규제기관 령을 세워라
이런 상황임에도 방통위원들은 전화를 왜 먼저 안 걸었느냐? 빨간 선글라스 끼고 보지 마라? 는 등의 감정 다툼만 하고 있다. 동료로서의 신뢰나 예의는 전혀 안 보이는 ‘말의 공격’들 속에서 방통위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고 있다.
방통위가 개인정보보호나 이용자 차별 해소 같은 공익적 가치를 지키려면 합리적이고 공정한 규제기관임을 자타가 인정해 줘야 하는데, 내부에서조차 ‘그렇지 않다’고 싸운다면, 국민 중 누가 방통위 행정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해 줄 것인가.
최성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이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내분 수습에 나서야 한다. 사실조사 거부에 대한 방통위의 공식적인 제재 의지 표명이 시급하고, 대기발령이 징계가 아니라 업무 배제일 뿐이라면 해당 공무원에 대한 전보 등 인사조치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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