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오전 정각 10시. 붉은색 재킷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춘추관 브리핑룸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들어섰다. 그러나 카메라를 응시하며 인사한 뒤 대국민담화문을 읽어내려갈 땐 단호한 표정으로 확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중요한 행사에는 전투복이라 불리는 ‘붉은색’ 옷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과 행동뿐 아니라 의상을 통해서도 이날 담화의 화두인 ‘경제’와 ‘개혁’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24분에 걸친 담화 동안 박 대통령의 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경제’로, 모두 37차례 등장했다. 개혁은 33차례, 국민 29차례, 청년 14차례씩 사용했다. A4용지 13페이지 분량의 담화문에 ‘노동개혁’이 3분의 1가량을 차지해 1매~1.5매 분량의 다른 부문 개혁을 압도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의 대부분을 4대 구조개혁의 의미와 정책, 비전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고 혁신과 개혁의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4대 개혁에 전(全) 국민의 참여를 호소한 부분에서는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금속활자, 한글, K-POP 등 “우리나라의 5000년 전통과 아름답고 독창적인 문화”를 거론하며 국민적 자긍심을 부각시키는 대목을 언급할 때에는 살며시 미소를 짓거나 손동작을 사용하는 제스쳐를 선보였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 앞서 수석비서관들은 기자석 뒤편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김성우 홍보수석, 전광삼 청와대 춘추관장 등도 서서 박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렸다. 참모진들은 담화 내내 기립한 채로 박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애초 검토했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생략됐다. 자칫 ‘경제’와 개혁’이란 담화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박 대통령은 담화 이후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약 1시간10분에 걸쳐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이 아닌 담화문 발표 후 기자실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