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정부가 ‘과학기술원 추가 신설은 없다’고 못박으면서 과기원 설립에 경쟁적으로 나선 지방자치단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13일 “과기원을 새로 만드는 것은 ‘부정적’”이라며 “다만 (과학특성화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과기원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원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학생 수 1만 명)와 광주과학기술원(GIST·1360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400명) 등 3곳이다. 과기원은 기본적으로 중앙정부 지원으로 운영되지만 , 학생선발이나 운영 등에서 자율성이 많이 주어진다. 또 학생들에게 병역특례와 산학연 협력 등 국가적인 지원이 많다.
지자체들은 고급인재 유치와 지역발전을 위해 현 정부 들어 과기원 유치에 적극 나섰다.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 등 31명은 지난해 4월 ‘부산 경남 과학기술원’ 설립법안을, 유성엽 민주당 의원 등 16명은 지난해 6월 ‘전북 과학기술원’ 설립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여기에 인천시 또한 서울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며 과기원 유치에 발을 담갔다.
미래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전북은 과기원 설립이 ‘숙원사업’”이라며 “사실 영남 쪽에는 과학분야 인프라가 이미 많이있다”고 반발했다. 부산 경남의 경우도 UNIST의 과기원 전환을 심히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 영남권에는 DGIST와 과기대 명문인 포스텍이 있는데 UNIST까지 과기원이 되면 부산 경남 지역의 신규 과기원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과기원 건설과 운영에 5년간 3855억 원을 투입하고 해당 지자체는 부지(약 33만㎡)만 마련하면 된다. 엄청난 정부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정부 동의를 얻지 못하면 섣불리 추진할 수 없는 구조다. 미래부가 UNIST 과기원 전환을 결정한 것도 추가재정이 들어가진 않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한편 인천은 재정상황 때문에 과기원 유치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인천은 최적부지로 송도 신도시를 꼽지만 조성원가가 2800억 원이나 돼 사업을 추진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리는 땅값이 부산 경남이나 전북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과기원 대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