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월부터 연말까지 법적 최대 수준인 37%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기로 하고, 세계적인 긴축 흐름에 국제 유가도 급락세를 나타냈지만, 시장에서는 고유가 상황이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문제다.
2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5분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전일 대비 3.96원 오른 ℓ당 2119.92원을 기록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도 전일 대비 2.93원 오른 ℓ당 2110.46원으로 집계됐다. 경유는 지난 17일 ℓ당 2100원을, 휘발유는 18일 2100원을 넘어서고도 가격 오름세가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7월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현재 30%에서 법이 허용한 최대 폭인 37%까지 확대해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면 경유는 ℓ당 38원, 휘발유는 ℓ당 37원, LPG부탄은 ℓ당 12원의 추가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역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도 배럴당 110달러를 밑도는 등 급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투자 심리가 위축한 영향이다.
오피넷 등에 따르면 17일 기준(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전일 대비 8.03달러 감소한 109.56달러에 마감하며 11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하루 만에 6.82%가 하락한 수치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전일 배럴당 119.81달러에서 113.21달러까지 감소해 마감하기도 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이외에도 스위스 국립은행과 영란은행 등의 금리 인상이 잇따르면서 경기 침체가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국제 유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와 국제 유가 하락세에도 국내 경유, 휘발유 가격 안정화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국제 유가의 경우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여전히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따른 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OPEC+(러시아 주도 10개 산유국 협의체) 등의 원유 증산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유 공급 감소로 초과수요 환경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 는 미국을 비롯한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원유 생산량이 올해와 내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러시아의 원유공급 차질량을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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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 감시단은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주유소가 국제 유가 인상보다 더 큰 폭으로 경유, 휘발유 등 가격을 인상하고 있어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나선 지난 7개월간 전국 경유의 평균 가격은 ℓ당 507.25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는 ℓ당 평균 294.52원이 올랐다.
감시단에 따르면 경유는 유류세를 30% 인하하면 ℓ당 174원을 내려야 하고, 여기에 국제 경유 가격 인상분인 558원을 적용하더라도 지난 7개월간 ℓ당 384원가량을 인상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전국 1만여개의 주유소 중 384원보다 적게 가격을 올린 주유소는 38개로 0.35%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휘발유도 국제 유가 상승과 휘발유 유류세 인하를 반영한 가격인 173원보다 적게 인상한 주유소도 총 81개로 전체의 0.7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감시단은 “정부가 유류세를 추가 7%까지 인하하는 고유가 시대에 정유사와 주유소도 정부의 정책에 동참해 유가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줄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