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위에 있는 檢…폭력·음주운전·뇌물수수에 셀프면죄부

정다슬 기자I 2021.03.18 14:00:00

감사원 대검 등 기관정기 감사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그 어느 기관보다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검찰이 정작 자사 직원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징계 대상자가 검찰총장 표창을 받았다거나 가족의 투병 사실 등을 고려한다는 이유에서다. 금품·향응 수수의 징계기준을 공무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징계령 시행규칙보다 낮게 설정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18일 대검찰청 등에 대한 기관 정기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2020년 6월 1일부터 같은 해 7월 3일까지 시행됐다.

◇검찰총장 표창 수상 이유로 처벌 안 이뤄져

먼저 감사원은 2016년부터 2020년 4월까지 ‘폭력행위’로 입건된 후 피해자 합의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검찰 공무원 7명에 대한 징계업무 처리 현황을 살펴봤다. 그 결과 이 중 4명에 대해서는 징계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상대방이 택시를 가로챘다는 이유로 멱살을 잡고 머리로 받은 A씨와 관사에서 여성과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벌이다 여성의 얼굴을 손바닥을 3회 때린 B씨의 경우, 검찰총장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이 감안됐다. 또 음주 후 귀가 과정에서 상대방과 시비가 생긴 C씨에게는 초범이라는 점과 성실한 근무태도가, 주점에서 업주와 몸싸움을 한 D씨에게는 폭행 정도와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 기관장 경고와 주의로 끝났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 제 78조는 공무원이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등 징계 사유가 발생한 경우, 소속 기관장이 관할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게 돼 있다. 또 대검찰청의 ‘검찰공무원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 제4조 ‘징계양정 기준’에 따르면 폭력행위로 입건된 후 피해자와의 합의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됐더라도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견책-감봉’으로 징계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징계를 감면하더라도 과반수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심사와 의결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감사원은 전주지방검찰청 검사장과 의정부지검 검사장에 아직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은 직원 2명에게 대한 징계 의결을 요구하라고 통보했다. 또 이같은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직원 징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보다 관대한 檢 범죄·비위처리 지침

검찰청은 자체 징계 기준을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기준보다 완화해 ‘셀프감면’을 하기도 했다. 2015년 12월 29일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금품·향응 수수에 대한 징계기준이 신설됐지만 대검찰청은 ‘검찰공무원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 없이 100만원 미만의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한 경우, 시행규칙에 따르면 ‘감봉-해임’으로 징계해야 하나 검찰청의 지침은 ‘견책-정직’으로 징계하도록 돼 있다. 또 3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직무 관련성 없이 수수한 경우, 시행규칙은 최소 강등 이상으로 징계해야 하나 비위처리 지침은 정직이 허용됐다.

감사원은 6개 금품·향응 수수 유형 중 4개 유형에서 검찰 공무원에 대한 자체 징계양정 기준이 시행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가볍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실제 시행규칙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은 이도 있었다. 2018년 6월 서울중앙지검 소속 E씨와 서울남부지검 소속 F씨가 각각 직무와 관련 없이 6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그러나 2019년 1월 대검찰청 보통징계위원회는 시행규칙에서 정한 강봉 이상 수준의 징계가 아닌 견책으로 의결했다.

감사원은 비위처리 지침을 시행규칙 기준에 맞춰 개정하라고 통보했다.

음주운전을 한 직원이 시행규칙보다 낮은 징계를 받았지만 이를 고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은 소속직원 G씨가 혈중 알코올 농도 0.094%로 운전면허 취소 대상으로 적발됐음에도 ‘정직-강등’으로 조치하라는 시행규칙 기준과 달리 감봉 2개월로 끝냈다. G씨가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 본인과 가족의 투병 사실 등을 고려한다는 이유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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