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동에 거주하는 박모(31)씨는 최근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저녁 모임에 갔다가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했습니다. 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중간중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알고보니 이들은 ‘포켓몬고’에 푹 빠져 있었고, 결국 박씨가 “앞으로 도중에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은 벌금을 내자”는 제안을 한 뒤에서야 대화가 다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김모(37)씨는 지난 주말 운전을 하던 중 아찔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옆 차량 운전자가 잠시 정차할 때마다 포켓몬고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김씨는 “운전 중이 아니라고는 해도 위험해보여서 해당 차량과 멀리 떨어져 운전을 했다. 제발 운전 중에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모바일 AR(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가 높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는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해외에서처럼 큰 사고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6개월 전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목격된 각종 문제점과 논란들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서울 강남역과 광화문, 대학로 일대에서는 길을 걸어가며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소진시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포켓볼이나 알, 포션 등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포케스탑(Pokestop)이 다수 포진해 있어 레벨을 높이기 쉬운,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곳들입니다.
앞을 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보니 행인들과 부딪히는 작은 사고들은 이곳저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러다보니 포케스탑이 몰려있는 곳을 의미하는 ‘포세권’이나 포켓몬과 금수저를 합한 ‘포수저’ 등에 이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좀비에 빗댄 ‘스몸비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는 출시 때부터 이어져왔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게임이 출시된 미국과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포켓몬고에 따른 각종 사건·사고 소식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경찰청은 이번 달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AR게임 안전수칙’을 안내하고 민원전담창구를 운영한다고 발표했지만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구형 스마트폰에서는 포켓몬고 오류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더 좋은 기종의 스마트폰으로 교체해달라는 아이들의 요구를 받는 학부모들이나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습니다. 첫번째 사례에 등장했던 박씨는 “게임은 한번 시작하면 너무 시간과 노력을 빼앗긴다는 느낌이 들어 하지않는 편”이라며 “사람들이 시간만 나면 포켓몬고를 실행하면서 소통도 끊기고 소외감도 정말 많이 느낀다”라고 털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