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서유리(31·여)씨는 지난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방송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요. 어이 없이 욕 먹으니 멘탈이 나가네요”라며 이렇게 썼다.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축제 기간인 26일 개최 예정이던 ‘마이리틀여혐’ 토크 콘서트를 결국 취소됐다. 총여학생회는 공지글에서 “서유리씨의 (콘서트) 참여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 비상식적이고 도가 지나친 인신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서유리씨를 보호하기 위해 토크콘서트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교내 토크콘서트 개최를 알리는 홍보 입간판은 ‘여자애가 기가 세서 결혼이나 하겠냐’ ‘그렇게 화장하면 남자들이 안 좋아해’ ‘여자치고 술 잘 먹네’ 등 여성혐오 발언들로 얼룩졌고, 빨간 립스틱과 구두 발자국 등으로 훼손됐다.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여성혐오’ 논란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고 추모공간이 만들어지는 등 여성혐오에 경각심을 갖자는 움직임이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지난 23일에는 20대 여성들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혐오가 죽였다”며 여성혐오범죄 전담수사 부서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차원의 피해 여성 추모 움직임은 엉뚱하게 성별 간 대립 양상으로 번졌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메갈리아와 그에 반박하는 일간베스트의 대립 구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애초 서씨는 콘서트에 출연해 성희롱·성차별 등 여성들이 겪어온 여성혐오 경험을 공유하고 대응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었지만, 악성 댓글과 트위터 멘션이 줄을 잇자 행사 취소가 불가피했다.
한편 사건 피의자 김모(34·구속)씨는 이날 오전 검찰 송치에 앞서 여성혐오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부분은 잘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사건 당일 ‘여자들이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의자 진술을 공개해 여성혐오 논란을 촉발시킨 경찰은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묻지마 범죄’로 결론 내렸다. 이날 수사결과 최종브리핑에서 한증섭 서초서 수사과장은 “여성혐오 범죄는 학술·전문적인 부분도 있고 처음 접해보는 용어라 정확하게 입장을 표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즉답을 꺼렸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범행 동기·경위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오전 간부회의에서 사건 동기와 경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이런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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