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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미국 중산층‥"분노가 트럼프주의 만들었다"(종합)

안승찬 기자I 2015.12.10 11:21:31

부의 양극화 심화..美중산층 40여년만에 50% 밑으로
소수 부유층이 부의 절반 독차지
중산층의 분노와 불안 '돈 많은 트럼프' 기대감 영향
트럼프의 서민 감세 공약.."중산층 문제, 대선 최대 변수"

(사진=AFP)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프럼프(사진·69)의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의 미국 입국 금지’ 발언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의 인기는 여전하다.

블룸버그 폴리틱스와 퍼플 스트래티지가 8일(현지시간) 유권자 6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공화당 프라이머리 유권자의 65%가 트럼프 발언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의 말이라면 어떤 것이든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트럼프주의’(Trumpism)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잇따른 구설수에도 트럼프가 독주하는 현재 공화당 경선 구도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미국인들의 트럼프 지지 현상이 미국 중산층 붕괴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자료=퓨리서치)
미국은 한때 중산층의 나라였다. 1960년대 미국 중산층은 절반이 훨씬 넘는 61%였다. 상류층 비중은 고작 14%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두텁게 형성돼 있던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 중산층 비중은 49.9%로 주저앉았다.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안된다는 뜻이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던 1970년대 초 이후 4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상류층은 더 많아졌다. 3인 가족 기준으로 한해 12만6000달러(약 1억4800만원) 이상 수입을 벌어들이는 상류층 비중은 21%로 높여졌다.

극심한 양극화가 원인이다. 1970년대 미국의 전체 수입 중에서 중산층이 가져간 수익의 비중은 62%였지만 지금은 43%(2014년 기준)로 낮아졌다. 상류층은 29%에서 49%로 급격히 높아졌다. 소수의 상류층이 전체 수입의 절반가량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바마 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인 제이슨 퍼먼은 “중산층 붕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하나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급격하게 무너진 중산층의 불안과 분노는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지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트럼프는 ‘기부금 따윈 필요 없다’며 거액의 정치자금을 눈 한번 깜박거리지 않고 거절할 만큼 돈 많은 갑부다. 트럼프가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신고한 재산은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돈’이란 등식이 성립돼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부자 증세와 서민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연간 소득이 2만5000달러 미만인 개인이나 5만달러 미만인 가정은 세금을 아예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한 트럼프 지지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어쨌든 중산층의 세금부담을 줄여줄 것이고 그건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FT는 “내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미국 중산층을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라는 문제가 관건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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