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상승하며 5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한 달러 수요가 몰린 탓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30원 오른 1203.7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10년 7월22일 1204원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장중 1207.10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도 갈아치웠다.
오전 중 환율은 1199원대에 머물면서 좀처럼 1200원을 넘지 못했다. 환율 급변동을 우려하는 외환당국이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오후 들어 매수 물량이 몰리면서 결국 1200원을 뚫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결국 우리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외국인들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2851억원을 순매도 했다. 23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수출 부진이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8월 수출 부진이 심화하면서 신흥국 경기 침체가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준 것이 확인됐다”며 “아시아 통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연내 환율이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혼조를 보인 탓에 금리인상 시기를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8월 비농업부문 전체 고용은 예상을 밑돈 반면, 실업률은 지난 2008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완전고용 목표치(5.0~5.2%) 범위에 도달했다. 중국발 세계경제 둔화와 금융불안도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커진 불확실성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고용지표가 경기 상황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주기보다 중국발 경기둔화 영향에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우려를 키웠다”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 매각으로 인한 달러 수요도 이날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섭 현대증권 연구원(이사)은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하면서 달러로 환전해 나가는 물량이 40억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날 10억달러 정도 바꾸면서 환율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 전까지는 불확실성 고조로 환율이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인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 가치는 오르면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8.6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8월 11일(1008.9원)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