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로이터와 EU 집행위원회 등에 따르면 집행위는 오는 9일 단기임대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적정가격주택법(Affordable Housing Act)’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로이터가 입수한 초안에는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단기임대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토대로 지방정부가 임대 물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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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으로 에어비앤비 영업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EU 집행위원회도 단기임대가 관광객의 숙박 선택지를 넓히고 집주인과 지역경제에 수입을 가져다주는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대신 주택난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주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을 위해 지방정부가 비례적인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공통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EU가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빠르게 커진 단기임대 시장이 있다.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비앤비와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예약된 EU 내 단기임대 숙박은 9억5160만박에 달했다. 전년보다 11.4% 늘었고 2023년과 비교하면 32.4%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억1200만박과 비교하면 6년 만에 86%가량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1분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단기임대 숙박은 1억4430만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했다. 하루 평균 수백만 명이 호텔이 아닌 아파트와 주택 등에서 숙박하는 시장으로 성장한 셈이다.
특히 관광객이 집중되는 국가와 도시에서 단기임대 의존도가 높았다. 지난해 플랫폼을 통한 단기임대 숙박은 프랑스가 2억1300만박으로 가장 많았고 스페인 1억8900만박, 이탈리아 1억3900만박 순이었다. 세 나라가 EU 전체의 56.8%를 차지했다. 도시별로는 파리가 2630만박으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관광숙박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주민 주택시장과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점이다. 장기 임대로 내놓을 수 있는 아파트와 주택을 집주인이 수익성이 높은 관광객 대상 단기임대로 돌리면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은 줄어든다. 파리와 바르셀로나, 베네치아 등 관광객이 집중되는 도시에서 단기임대 규제가 오버투어리즘 대책의 하나로 등장한 이유다.
EU는 이미 단기임대 시장을 관리하기 위한 첫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 5월부터 단기임대 투명성 규정이 적용되면서 등록제를 운영하는 회원국에서는 호스트에게 고유 등록번호를 부여하고 플랫폼은 이를 표시·검증해야 한다. 플랫폼이 숙박일수 등의 데이터를 정부와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체계도 마련됐다. 불법 숙소에 대해서는 당국이 플랫폼에 게시물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데이터를 확보하는 단계에서 실제 공급을 관리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이번 규제안의 의미다. EU 집행위원회는 단기임대가 현재 유럽 관광숙박 공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산업의 주요 숙박 인프라가 된 만큼 전면적으로 막기는 어렵지만 주택난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산업적인면에선 양면성이 존재한다. 규제가 강화되면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과 호스트에게는 공급 감소 요인이 된다. 호텔이 부족하거나 숙박비가 비싼 관광도시에서는 여행객의 선택지가 줄면서 숙박비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호텔업계에서는 소방·위생·안전 등 각종 규제를 받는 기존 숙박시설과 단기임대 간 경쟁조건을 맞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규제를 둘러싼 반발도 예상된다. 단기임대 플랫폼 업계는 과도한 제한이 집주인의 소득원을 줄이는 것은 물론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관련 업계에서는 규제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관광객과 지역 소상공인에게까지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논의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심창섭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방한 외래객 확대를 위해서는 호텔뿐 아니라 다양한 숙박 공급이 필요하다”면서도 “동시에 주택을 활용한 숙박시설이 늘어날 경우 불법 숙박과 안전관리, 주민 민원, 기존 숙박업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쟁점은 공유숙박을 허용할지 막을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며 “관광객이 늘수록 숙박시설은 더 필요하지만 그 공급이 주민이 살 집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관광산업의 성장과 지역사회의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가 9일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초안은 이 충돌에 대한 유럽 차원의 기준을 만드는 첫 단계다. 다만 초안 공개가 곧 규제 시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집행위원회 제안 이후 회원국과 유럽의회 논의 등 입법 절차가 남아 있다. 구체적인 규제 수준과 시행 시점 역시 향후 협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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