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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1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여러 정책금리 중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레피금리(MROs)를 0.00%로 동결했다. ECB는 또 예금금리(Deposit Facility Rate)를 -0.50%로 유지했다. 시중은행이 ECB에 익일물 자금을 예치하고 받는 금리다.
이는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시장은 ECB가 예금금리를 0.10%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봤다. 이미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 있는 만큼 추가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ECB는 그 대신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순자산매입규모를 1200억 유로(약 162조7500억원) 더 늘리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이 우선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재정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며 대책의 주도권은 재정당국이 쥐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당장 유로존 주요국 국채가격이 급락했다. ‘유럽의 우한’ 오명을 쓴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58bp(1bp=0.01%포인트) 급등(국채가격 급락)했다. 그리스 10년물 금리는 42bp 올랐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 정도만 -0.74%로 큰 변동이 없었을 뿐 대다수 국가들의 국채가격이 떨어졌다. ECB의 정책 결정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실망감에서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40% 폭락한 2545.23에 거래를 마쳤다.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무려 16.92% 떨어졌다. 역대 최대 낙폭이다.
‘부양 패키지’ 마련에 분주한 주요국 수반들은 이례적으로 라가르드 총재를 비판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CB의 조치는 충분하지 않다”며 “우리는 더 신속하고 강하게 코로나19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실망감도 비슷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치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라가르드 총재의 코멘트는 결함이 많다”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탈리아발(發) 금융위기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진다면 그 시작은 이탈리아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내에서 건전성이 약한 것으로 평가 받는 이탈리아 금융기관들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