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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면서 부족해진 EU의 7년치(2021~2027년) 예산 규모다. 영국은 독일에 이은 EU 내 2대 경제 대국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그만큼 EU 예산을 많이 부담해 왔다. ‘영국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예산 재편과정에서 EU 회원국들의 격돌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 회원국 정상들이 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장기예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연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예산 공백이 주요 안건이다.
EU 회원국은 장기예산계획(MMF)을 7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다. 이는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합의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영국의 탈퇴로 남은 27개국이 더 어려울 협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WSJ는 “이미 몇몇 당국자들은 예산 갈등으로 이번 정상회담이 실패하고 EU에 균열이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7년마다 해야 하는 예산 합의는 썩 보기 좋지 않았다”면서도 “올해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herculean task)”이라고 했다.
미셸 의장이 제시한 장기예산 목표치는 1조900억유로(약 1412조원)다. EU 내 국민총소득(GNI)의 1.07%다. 이는 2014~2020년 장기예산을 소폭 웃도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문제는 영국 부족분을 어떻게 메울 지다. 벌써부터 EU 내에서 부유한 나라들은 예산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이다. 이들은 예산 규모 상한선을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것보다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헝가리,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EU의 개발 지원을 받는 나라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회원국간 예산 전쟁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일 이후 빠르게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관측은 거의 없다. 파비안 줄리그 유럽정책센터 소장은 “장기예산 문제는 EU 체제의 긴장이 얼마나 심화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