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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수출 쇼크' 악몽 계속되나

김정남 기자I 2016.03.21 15:13:58

이번달 1~20일 수출 실적, 전년比 -19.2% 부진
15개월째 수출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할듯
세계경제 부진 직격탄…韓 3%대 성장률 난망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 기업체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차량들이 제품을 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우리 경제의 중추인 수출이 이번달 들어서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코리아’의 이상전선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특히 국제유가 안정세 덕에 일부 석유화학제품 정도만 반등 기미가 보일 뿐 나머지 주력 업종은 회복이 난망한 상태다.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낙관론은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3% 경제성장률은 ‘딴 나라 얘기’처럼 굳어질 가능성도 커보인다.

◇15개월째 수출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할듯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번달 1~20일 수출액은 237억7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줄었다. ‘수출 쇼크’ 우려를 낳았던 지난 두 달(-15.7%)보다 더 낮은 수치다.

이는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1.5일 적었던 측면”(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이 없지 않다. 특히 19~20일은 주말이어서 감소 폭이 유난히 커졌다는 설명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달 수출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갤럭시S7 출시로 관련부품 수출이 늘고 유가가 1~2월에 비해 조금 상승해 석유 관련 제품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 하고 있다. 이번달도 좋아봐야 한자릿수 후반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15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는 월별로 수출 통계를 집계한 지난 1970년 이후 최장기다. 중장기적 시계로 봐도 지금은 위기 국면인 셈이다.

가장 큰 요인은 세계경제의 침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를 다음달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3.3%에서 지난달 3.0%로 내렸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세계경제 하락이 더 뼈아픈 것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달 수출 상황 역시 연초보다 나아진 게 없다”면서 “당장 세계경제를 일으킬 만한 모멘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LCD 2차전지 등 전자·IT에 밝은 주 연구위원은 “특히 중국을 바라보는 업계가 많아 더 버텨줘야 하는데, 지표가 계속 좋지 않다”면서 “수출 부진이 올해 내내 장기간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조빛나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올해 세계교역량 전망이 지난해와 비교해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세계경제 부진 직격탄…韓 3%대 성장률 난망

산업계는 이미 바짝 몸을 엎드린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우리 수출을 이끄는 13대 주력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3%가 “매출 확대가 더디고 가격과 이익은 점점 떨어지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다. 매출과 이익 둘다 감소하는 ‘쇠퇴기’로 들어섰다는 업체도 12.2%나 됐다.

컴퓨터(80%), 섬유(75.0%), 평판디스플레이(72.2%), 무선통신기기(71.4%) 등 주력 업종을 성숙기로 본 응답도 상당했다.

수출이 부진하면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정부가 목표로 삼는 3%대 경제성장률은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부터 다음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2.6%), 현대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5%) 등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미 2%대 전망치를 내놓은 상태다.

금융권 한 인사는 “수출은 계속 부진한데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사회적으로 그런 고민이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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