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위협하는 육아우울증
출산 후 계속해서 이어지는 육아 스트레스로 엄마들이 견디다 못해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육아우울증’은 전문적인 의학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 가진 엄마들의 대화에서 종종 들리는 육아우울증은 만연한 문제다. 엄마의 우울증은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영향을 준다.
2013년 미국의학협회 저널 정신과학(JAMA Psychiatry)에 보고된 한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 엄마의 우울증상에 노출된 아이들은 정서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엄마와 아이 모두 울리는 육아우울증, 그냥 참고 넘겨선 안 된다.
육아우울증의 주된 원인은 육아 스트레스지만 모든 우울증이 그렇듯 스트레스만으로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심리적·환경적 등 다양한 이유들로 우울증이 발생한다. 가족 혹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육아를 도맡는 경우, 자주 아프고 보채는 아이를 돌보는 경우, 육아로 인해 꿈이나 기회를 포기한 경우, 열등감이 심하거나 성격이 부정적인 경우에 육아 스트레스가 더욱 커 우울증 발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혹시 나도? 육아우울증 자가진단
육아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감정조절의 어려움, 불안감, 죄책감, 수면장애, 식욕저하 등이 있다. 육아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의 진단기준과 다르지 않으며,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면 다음 몇 개의 질문으로 자가진단해 볼 수 있다.
▲(육아)우울증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1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반복된다.
2 도무지 즐거운 일이 없다.
3 불면증에 시달린다.
4 체중이 줄고 입맛이 없다.
5 안절부절 못하거나 몸이 처져있다.
6 피곤하고 기운이 없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7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뭔가를 결정하지 못한다.
8 내가 무가치하게 느껴지고 부적절하게 죄책감을 느낀다.
9 죽음, 자살 생각이 나거나 시도 경험 혹은 계획이 있다.
이중 5개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1, 2번 중 하나는 필수)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우울증이 있다고 모두 육아우울증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육아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산후우울증’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4주 이내에 시작된 우울증이다. 일상생활에 기능저하를 가져오고 심한 경우 엄마와 아이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작용 없는 항우울제 치료
육아우울증은 부작용이 적은 항우울제의 개발로 안심하고 치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써트랄린(sertraline), (파록세틴)paroxetine같은 항우울제는 모유를 먹는 아기의 혈중에서 검출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다.
김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모유수유 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하지만 2015년 1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엄마의 우울증을 치료했을 때 자녀의 우울증상 또한 개선된다는 연구가 있다”며 “우울증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항우울제로 치료한다면 모유수유 중에도 안전하게 약물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해져 육아우울증 혹은 산후우울증이 의심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기간은 반응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증상이 사라지고 6개월 정도 치료를 유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항우울제 처방 외에도 개인상담, 부부상담, 가족상담 등의 심리상담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 우울증, 알츠하이머 치매의 전단계 일 수 있어
☞ 산후우울증, "자살 위험 높은데도 관리는 뒷전, 관심 필요"
☞ 중년 남성 우울증 환자 증가...배경은
☞ '계절성 우울증' 비타민D 부족으로 겨우내 계속…봄에 사라져
☞ "우울증은 정신병 아닌 전염병"
☞ 스트레스 참으면 ADHD, 우울증 등 두뇌질환 악화될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