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환율 때문에 작년만큼 팔아도 순익이나 영업이익이 훨씬 적게 나올 수 있습니다. 기업은 이익 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환율변화가 심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극이죠.”
원화 값이 뛰면서(원화 강세) 수출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하락폭이 생각보다 가팔라 곳곳에서 ‘악’ 소리가 들릴 정도다. 현대자동차(005380)처럼 환율 위험에 잘 대비했다는 평가를 듣는 대기업도 공포가 커지고 있다.
◇ 현대·기아차 미국서 고전‥두 달 만에 미국 또 찾은 정의선
9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나흘 일정으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4월에 이어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주력인 미국 자동차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기아차의 성과가 기대를 밑돌면서 그룹 내부에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달 각각 7만 907대(전년대비 3.7% 성장)와 6만 87대(14.8%)를 팔아 사상 최대의 월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나름 선방했지만, 경쟁상대인 일본기업들이 엔저를 앞세워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 전체 시장이 11.4%나 커지는 상황에서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점유율은 8.1%로 지난해 같은 달(8.4%)과 견줘 0.3% 포인트 뒷걸음질쳤다.
정 부회장이 두 달 만에 다시 미국을 찾는 것도 현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그룹 수뇌부의 걱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란 게 현대차 안팎의 분석이다. 정 부회장의 출장길은 신형 쏘나타 시판을 앞두고 품질이나 공장상황을 점검하는 목적 외에도 환율 탓에 고전하고 있는 현지 시장 상황을 타개할 대응방안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 하지만, 원화 값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엔저를 앞세운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 수익성 직격탄‥“앉아서 2조 매출 사라질 판”
해외 판매뿐 아니라 수익성이 둔화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환율이 10원 하락(원화 강세)하면 자동차산업 매출이 4200억 원 줄어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1월 평균 1064.75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은 이날 1110원 대로, 50원 가까이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2조 원 상당의 자동차 매출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저로)미국 자동차시장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딜러(현지 판매상)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도 있고,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을 수 있다”면서 “엔트리 급(같은모델 가운데 가장 싼 차)은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사양이 높은 트림은 제값 받기를 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판매량과 수익성을 최대한 지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자업계도 전전긍긍‥사전대응 통해 피해 최소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업계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자업계는 원가절감이나 고부가가치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환율 변동에 미리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환율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전자(066570) 관계자는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려 외화자산과 부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005930) 관계자도 “지불 통화와 들어오는 통화가 얼추 들어맞도록 자금운영을 해 환율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중”이라며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근본 경쟁력을 강화하여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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