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부실 악몽에서 벗어난 듯했던 건설사 주가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올해 주택경기 회복, 저가 해외 수주 공사 마무리 등으로 악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상반기까지 어려움이 지속된다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등급 마저 추가 하향 위험을 안고 있어 언제든 재무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그나마 신규 수주에서 호조를 보이며 주가에서도 나름 선방했던 우량 건설사들 주가마저 무너지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6일 주식시장에서 대부분 건설사들의 주가가 내림세를 나타냈다. 대부분 증권사가 최선호주로 손꼽고 있는 대림산업(000210)과 현대건설(000720) 삼성물산(000830) 마저도 연초부터 하락폭을 키웠다.
이날 대림산업은 전일 대비 8.94% 급락한 8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건설도 2.88%(1700원) 하락한 5만7300원에 마감했으며 GS건설(006360) 1.85% 대우건설(047040) 3.72% 등 주요 건설사들 대부분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로 지목됐던 삼성물산 마저 1.73% 하락한 5만6700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올들어 사흘 연속 내림세를 타면서 하락률이 6.4%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대부분 건설사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고 그같은 부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탓이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대형 건설사들의 4분기 평균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71.4% 격감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년대비 모든 업체의 이익이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사 실적 악몽이 시발이 됐던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냈던 해외 사업장에 대한 부담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손실의 주원인이 됐던 중동지역과 석유화학플랜트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중남미지역, 발전플랜트 등으로 지역과 공종을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채산성이 하락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우건설의 회계감리 이슈에 따라 건설사의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건설사들 전반에 걸쳐 해외 부실 현장 원가율이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건설사들의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인 자금조달도 다시금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나 기업어음(CP) 발행 대신 만기가 짧은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반기 해외 손실이 난 프로젝트가 완공되고 주택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는 시기를 노려 투자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 대부분 건설사가 올해 수익보다는 재무 안정화에 집중할 전망으로, 이 시기에 수익이 가시화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도 방법이라는 충고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업체의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국내외 발주도 당분간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며 “건설사의 4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실적 개선이 큰 건설사에 대해 조정 시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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