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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알바 급구"..명품시장 커지자 구매대행 전문업체까지 성행

전재욱 기자I 2022.03.23 14:00:00

<명품공화국의 민낯>②
구매 대기 시간당 1만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비싸고
구매까지 성공하면 일당 최대 60만원 안팎까지 기대
코로나 19 이후 급팽창하면서 성장한 시장인데
중고가에 비용 전가돼 신상품 인상 주범이라는 지적도

[이데일리 전재욱 백주아 기자] 명품 인기가 치솟으면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거나 구매에 드는 수고를 피하려는 수요가 구매 대행시장을 키우고 있다. 소비자 편의를 터잡아 성장한 시장이지만 되레 소비자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시장이 과열해 명품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 결국 판매가를 끌어올리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채용사이트 알바몬에 올라온 명품 오픈런 구인 광고.(사진=홈페이지 갈무리)
23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구매대행에 용역을 제공하고 받는 대가는 구매에 들어간 시간과 구매에 성공한 물품을 따져서 결정한다.

구매 대행 줄서기는 최소 시간당 1만원에 형성돼 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160원보다 비싸다. 야외 업무이다 보니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비용이 오르내린다. 봄·가을보다 여름·겨울이, 낮보다 밤이 최대 50%가량 시급이 센 편이다. 일부 업체는 대기자를 확보하고자 식비 등을 덤으로 제공한다. 텐트와 침낭을 무상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루 일당을 추산하면 적게는 12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이른다. 통상 12시간 안팎이 걸리는 대기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줄서기를 마치고 구매까지 성공하면 대가를 더 받는다. 브랜드 선호가 클수록, 그중에서 희귀한 상품일수록 대가가 오른다. 구매대행사 A사가 내건 조건을 보면, 12시간 가량 시간을 들여 B 시계 브랜드의 C 상품 구매에 성공하면 최대 6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고가의 제품을 사는 데에 쓸 자기 자금이 없어도 무방하다. 보통 일을 맡긴 업체 측에서 비용을 받아 치르는 게 보통이다. 사실상 자격 요건이 없어 진입 장벽은 낮다. 야외에서 장시간을 버틸 체력이 뒷받침하면 학력, 성별, 나이가 무관하다.

구매대행사 관계자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낮에는 소일거리를 찾는 중장년층이, 방학이나 밤에는 학업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젊은 세대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브랜드는 연간 구매 한도를 제한해서 변수다. 앞서 B 시계는 구매 이력을 남겨 연간 2개 이상 구매를 금지한다. 이런 터에 신분이 불안하거나 구매 기한이 꽉 차면 시장에 참여하는 데 제약이다.

업계는 이 시장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본다. 코로나 19 이후 명품 산업이 급팽창하자 발 맞춰 컸다. 업체가 난립하고 일부가 구매를 독점하자 시장 질서를 흐리는 부작용도 따른다.

특히 명품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도 지목된다. 구매 대행 비용이 중고 시장으로 전가돼 리셀 가격이 신상품보다 높게 형성되는 게 무섭다. 이로써 신상품은 중고가보다 가격을 높이 유지하고자 판매가를 올릴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해 결국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중고품과 가격 역전일 것”이라며 “중고품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따져보면 구매 대행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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