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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LH 사장을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에 오른 변창흠 장관과 LH 직원을 풍자한 ‘맵핵’ LH라는 풍자물이 화제가 됐다. 이 풍자물은 지난해 8월 온라인에서 문재인 정부·여당 인사들의 부동산 논란을 조롱하는 ‘더불어부동산 어벤저스’(이하 부동산 어벤저스)의 후속버전인 셈이다.
부동산 어벤저스는 민주당의 로고와 색상, 심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투자의 핵심’, ‘수준별 강좌’, ‘탄탄한 강좌구성’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마치 1타 강사가 소속된 유명 학원 전단지를 연상케 한다.
“왜 1주택에 머물러 계세요?”라는 강의주제로 시작한 게시물은 3주택자로 논란을 일으킨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사례로 시작한다.
최 전 후보자를 ‘삼주(三住) 최정호 선생님’이라고 소개한 뒤 “1채는 물려줄 집, 1채는 팔려는 집, 1채는 살려는 집. 수학만 정석이 있는 게 아니에요”라고 풍자했다.
최 전 후보자 외에도 부동산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정부 또는 친여권 인사들이 등장할 때마다 풍자물도 하나씩 생성됐다.
지금까지 ‘송골매’ 김진애, ‘반포’ 노영민, ‘집택’ 김조원, ‘흑석’ 김의겸, ‘떡상’ 김현미, ‘과천’ 김수현, ‘방배’ 조국, ‘포항’ 정세균, ‘세종’ 이해찬, ‘목포’ 손혜원, ‘복층’ 박병석, ‘경희’ 이낙연, ‘적금’ 윤미향, ‘까비’ 김상곤, ‘차익환수’ 변창흠, ‘렉슬’ 전해철, ‘파크’ 박범계, ‘맹모’ 황희, 최근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맵핵’ LH까지 총 24개의 풍자물이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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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누리꾼들은 ‘부동산 전문가다’, ‘야권 인사다’ 등 다양한 추측을 했지만 부동산이나 정치권과는 관련이 없는 평범한 30대의 회사원이었다. 그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허탈감과 실망한 한 시민에 불과했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어벤저스’ 제작자 이큐브(인터넷 활동명)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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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30대 중반의 회사원이다. 현재 사업 기획 업무를 하고 있다. 재미 삼아 만든 부동산 관련 콘텐츠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부동산에는 원래 크게 관심이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상태다. 흔히 얘기하는 ‘부린이’ 중 한 명이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를 풍자하는 게시물을 만든 걸로 알고 있다. 제작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원래 부동산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투기꾼을 잡아서 집값을 잡겠다고 했는데, 현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이나 여권 주요 인사들이 그렇게 잡겠다고 하는 투기꾼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여 황당하더라. ‘누가 누굴 잡는다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다시 보니 이분들이 하신 투자 방법과 실제 차익이 상당한 것도 보였다. ‘이걸 요약해서 강의처럼 만들면 재미있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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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 유독 띈 게 부동산 분야여서다. 사실 부린이 시절 ‘정권 초기에 집값을 잡겠다’는 말을 믿기도 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 게 보이더라. 한 두 차례가 아니지만 절정은 2019년 말에 했던 대국민 담화라고 생각한다. 그게 보이니까 사기당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랬다. 나처럼 사기당하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더 안 생겼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런 얘기를 간접적으로나마 해보고 싶어서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 사실 다른 정책 분야는 잘 몰라서 만들 수가 없었다.
-처음에 어떻게 온라인에 퍼지게 된 건지.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은 없다. 작년 8월 지금 회자되는 이미지 몇 개를 제작해서 친한 지인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보여줬다. 그들이 이 게시물이 재미있었는지 다른 대화방에 올려도 상관없냐고 물어봤고 특별히 안 된다고 할 이유가 없어서 된다고 했다. 그 뒤로 여러 단체 대화방을 통해 확산됐고 이후에 네이버 부동산 카페를 비롯해서 각종 커뮤니티에도 올라가게 된 것 같다.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는데 지난해 8월 한 매체에서 이미지를 인용 보도한 뒤 보도가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핵심 잘 찝었다”, “속시원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대한 소감은.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저를 밝히고 만드는데 겁이 나는 부분도 있고,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어 어쩔 수 없이 익명으로 만들었더니 몇 분께서는 본인이 만든 것처럼 블로그에 올려 사용하시더라. 비록 제가 제작자를 밝히지 않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은 조금 기분이 나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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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을 꼽자면 이번에 국회의원직을 승계하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분노라는 표현보다는 ‘황당’이라는 단어가 더 맞을 것 같다. 첫 번째 이유는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서 재개발 투자처를 구입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부인이 모두 진행해 정작 본인은 몰랐다는 당당한 변명을 한 점이다. 문 정부 인사들 대부분은 내가 한 일이 아니면 가족이 뭐 하는지 잘 모르더라. 세 번째는 재개발 관련해서 철거민이 쫓겨나는 상황에 대해 분노해야 된다는 칼럼을 썼던 사람이 재개발에 투자를 했다는 점.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저 같은 소인은 그 그릇을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만 집중돼 지지층에서는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다. 야당 인사로는 만들 생각이 없는지.
△지적에 공감한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때그때 빠르게 본 것들을 위주로 만들다 보니 야당 쪽에 대한 정보는 부족해서 지금 나온 것들처럼 만들기에는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만들지 못했을 뿐 개인적인 정치성향은 없다. 댓글을 통해 그런 의견들을 보고 있고 가슴에 새기고 있다. 다만 게시물에 거론된 인물들을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장관 후보자 등 우리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만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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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행위가 주식 시장에서 일어났으면 주가 조작이고, 스포츠에서 발생했다면 승부 조작이나 다름없다. 과거 e스포츠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해당 게임 리그 자체가 없어지는 일이 있기도 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어날 수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자체조사를 해서 관련자가 없다는 발표를 하고 계획했던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한다고 하니 평범한 국민의 눈높이로 볼 때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말로만 국민을 생각한다느니 위한다느니 하지 말고 진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풍자물을 지속해서 만들 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부동산 분야에 국한하는지 아니면 다른 분야 정책(또는 주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지.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긴다든지, 저도 재미있고 다른 분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주제가 생긴다면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동산 외에는 제가 교육과 입시 쪽에 관심이 있어 이쪽을 유심히 보고 있긴 하다. 그러고 보니 이쪽 분야도 정치인들이 많이 얽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