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갑질과의 전쟁 100일…10명 중 4명이 '블랙컨슈머'

이승현 기자I 2016.12.15 12:00:00

갑질횡포 100일 단속으로 6266명 검거·258명 구속
블랙컨슈머, 43% 차지…자영업자·감정노동자 상대
조직 내 불법행위·거래상 리베이트 등 적발
"갑질횡포, 우월적 위치 확인코자 발현…일소해야"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부산 해운대구의 한 백화점에 입점한 유아용품 매장은 수개월간 사용한 유아용 신발과 옷 등을 환불해달라고 떼쓰는 30대 여성 2명 때문에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박모(39)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 매장에 11차례 찾아가 ‘최근에 샀는데 제품에 흠이 있다’며 폭언을 하는 등 장시간 소란을 피워 500만원 가량을 뜯어내고 업무를 방해했다. 신고를 받은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공동공갈 혐의로 박씨 등 2명을 지난 10월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10월 12일 경기 구리의 한 제과점에서는 화가 난 김모(50·여)씨가 큰 소리를 내며 4시간 가량 소란을 피웠다. 김씨는 이 곳에서 산 빵을 먹다가 유리가루에 자신의 이가 빠졌다고 항의하며 주인의 뺨을 6차례 정도 때렸다. 경기 구리서는 상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갑질횡포 근절’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8월 취임 후 선언한 첫번째 중점과제다. 경찰은 이철성 청장의 지시로 전국에서 총 2069명으로 구성된 특별팀을 구성해 지난 9월부터 100일간 단속을 벌였다. 이같은 단속결과 적발한 6000여명 중 절반 가까운 인원이 ‘블랙컨슈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수사국은 갑질횡포 행위 총 4993건을 적발해 6266명을 검거하고 258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갑질횡포가 구조적 요인 때문에 많이 발생하는 만큼 정부 기관들에 단속을 통해 파악한 제도개선 요구사항 295건도 전달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유형별로는 이른바 악성 민원인(블랙컨슈머)이 3352명(43.7%)으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인 범죄유형은 사업주 및 종업원에 대한 폭행과 상해(62.6%), 업무방해(24.1%), 재물손괴(6.7%), 갈취·협박(4.4%) 등의 순서다.

블랙컨슈머의 경우 무직자와 일용직 근로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 35%를 차지했다. 회사원(21.1%)과 자영업자(16.5%) 등도 적지 않았다. 피해는 대부분 자영업자와 감정노동자 등이 받았다. 갑질횡포 피해자의 23.9%가 자영업자였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사회 구성원 누구나 갑으로 돌변할 수 있어 발생하는 게 블랙컨슈머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갑질횡포 행위는 △직장·단체 내 각종 불법행위(폭행·성폭행·인사비리 등) 1076명(14%) △거래관계 내 우월적 지위 이용한 리베이트 비리 610명(8%) △외국인 및 장애인 근로자 대상 착취와 원청업체의 불공정 거래 347명(4.5%) 등이다. 경찰은 또 채권자나 지역신문기자, 아파트 입주민 등 다양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들을 적발했다고 전했다.

갑질횡포 가해자의 89.6%는 남성이었다. 가해자 연령대는 40대(29%)와 50대(28.7%)가 가장 많았다.

경찰은 블랙컨슈머에 대한 업주 및 기업의 신고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대형마트 및 판매대행 업체 등과 간담회를 갖고 1373개의 핫라인을 개설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를 위해 무료법률 상담과 이행청구 소송 지원 등 552건의 법률서비스를 지원했다.

원경환 경찰청 수사국장은 “갑질횡포는 내가 상대방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발현된 것”이라며 “갑질행위에 대한 원인분석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이번 단속이 갑질문화를 일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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