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앞두고 환율에 대한 각국의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환율조작에 대해 IMF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일본은 환율 변동성이 지나치면 금융안정성을 해친다며 외환시장 개입에 대비해 포석 깔기에 바쁘다. 최근 마이너스 금리 효과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은 가운데 미국과 그 외 국가의 엇갈린 통화정책으로 인한 영향을 두고 기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콥 류 미국 재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IMF가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거나 관련 경제정책을 펴는 국가를 지목하고 유감을 표하는 데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IMF는 환율이나 경상수지 불균형, 글로벌 수요 부진 등의 핵심 이슈에 대해 좀 더 감시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회원국의 경제지표, 특히 외환보유액과 관련한 지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류 장관의 작심 발언은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앞두고 나왔다.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만큼 미리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다.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나 독일 등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들이 여전히 불만스럽다. 특히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늘리려는 국가가 눈엣가시다.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 등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라고 IMF에 요구하면서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한 것이다.
최근 엔화 강세로 인해 고민이 깊은 일본은 외환시장 직접 개입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12일 “외환시장에서 한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투기적인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환율 안정성을 지지하는 주요 20개국(G20) 합의에 기초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환율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고 무질서하게 움직이면 금융안정성을 해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번 주 워싱턴에서 다시 만나면 이 문제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일정부분 시장에 개입해도 된다는 면제부를 받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최근 “일본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G20 합의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며 비슷한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은 지난 2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엔화는 되레 강세를 보여 17개월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외환당국자들의 잇단 구두개입성 발언도 효과를 발하지 못해 직접 개입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환율전쟁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상당하다.
환율문제에 더해 이번 IMF와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는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마이너스 금리 효과와 한계 △조세회피 등이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연차총회에서 IMF는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3.4%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홈페이지에 마이너스 금리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폭과 지속기간에는 한계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려 이번 회의때 이슈로 상정할 것임을 예고했다.
또 최근 방대한 규모의 조세회피 자료를 담은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G20 재무장관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향후 2년 내 96개 국가와 지역은 서로 조세 정보를 자동으로 공유하기로 했지만 파나마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소 재무상은 “OECD의 반응으로 봤을 때 파나마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고립될 것이라는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며 “이번 주 G20 회담에서 조세회피와 탈세를 막기 위해 상당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기후변화, 난민문제, 디지털 정보격차 등이 공식 아젠다로 설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