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지하철보다 지상철 승강장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6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철 승강장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스크린도어 형태와 유무, 시간대, 요일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초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ㆍ1㎜의 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로, 흔히 PM 2.5라고 불린다.
1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김기현 교수팀이 2014년11월 지하철 승강장 내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서울시 대규모 환승역의 지하철 호선별 PM2.5에 대한 오염현황 연구)는 한국대기환경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김 교수팀은 4개 전철 노선(2호선ㆍ5호선ㆍ중앙선ㆍ분당선)의 환승역인 서울 왕십리역을 초미세먼지 측정 장소로 정했다. 각 노선마다 스크린도어 형태ㆍ유동 인구ㆍ승강장의 깊이 등이 달랐기 때문이다.
초미세 먼지는 동일한 장소에서 사람이 숨을 쉬는 높이(1.6m)에서 측정됐다. 유동 인구가 많은 출근(오전 7시33분)ㆍ퇴근 시간(오후 8시12분)과 왕래가 적은 이른 오후(2시 36분) 등 하루에 3차례(총 4일) 농도를 쟀다.
왕십리역의 4개 노선 중 지상철인 중앙선ㆍ분당선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31.8㎍/㎥(이하 단위 동일), 32.2였다. 지하철인 2호선(22.4)ㆍ5호선(18.2) 승강장보다 오히려 혼탁했다. 지상철 승강장의 공기 질이 지하철 승강장보다 떨어진 것이다. 특히 왕십리역 분당선 승강장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5호선 승강장의 약 1.6배에 달했다. 2호선ㆍ5호선 승강장엔 밀폐형(차단형) 스크린 도어(승강장 천장까지 완전히 막은 형태)가 설치돼 있고, 중앙선ㆍ분당선엔 개방형(위가 뚫려 있는 상태)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것이 이런 차이를 부른 원인으로 연구팀은 풀이했다.
김 교수팀은 논문에서 “차단형 스크린 도어는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개방형 스크린 도어론 미세먼지의 농도 조절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선 또 승강장이 위치한 깊이가 깊을수록 초미세먼지가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 1층(분당선) 승강장은 32.2, 지하 1층(2호선)은 22.4, 지하 2층(5호선)은 18.2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했다.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올라가면서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22.6% 늘었고,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으로 이동하면서 43.7% 증가했다.
김 교수팀은 “지하 2층에 비해 지상 1층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60% 가량 높은 것은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외부 배출원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주중에 잰 전철 승강장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주말보다 20.3% 높았다.
한편 초미세먼지는 기관지염ㆍ폐렴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폐포 조직의 모세혈관까지 침투할 수 있어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초미세먼지를 석면ㆍ흡연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