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소비심리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식품·유통기업들은 그야말로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심정으로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비상경영에 돌입한 식음료·유통업체들은 회사 운영과 직원들의 근무행태까지 꼼꼼히 살피며 비용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면지 활용은 물론 전등끄기, 정시 퇴근, 에어컨 가동시간 단축 등 이미 일반화한 비용절감책에 이어 기상천외한 다양한 방식들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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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로 실적이 좋지 못한 유통업체들의 비용절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롯데마트는 매장에 설치돼 있는 일부 150W의 고발열 조명을 48W의 LED 조명으로 교체 작업을 마무리했다. LED 조명을 사용하면 전기료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연간 10억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내 온도 상승을 막아 냉방 에너지도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
또 여름철 실내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차단하기 위해 건물 외벽 유리에 열차단 필름을 설치, 연간 2억5000만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6월부터는 무빙워크의 운행 속도를 5~10% 가량 늦출 계획이다.
이마트는 오전 10~12시까지 의류 매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할로겐등의 간접등을 끄고, 네온간판과 광고탑의 점등 시간도 기존 일몰시부터 24시까지에서 19시에서 23시로 줄였다.
종이 사용이 많은 백화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도 효과를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영수증 내용을 압축적으로 써서 영수증 길이를 줄이는 캠페인을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고 신세계백화점은 고객들에게 보내는 DM(직접우편)을 줄이고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카드 이용고객들에게 발송하던 지로 영수증을 모바일로 전송해주는 방식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전체 백화점 카드 사용자 중 60%가량이 모바일 방식으로 영수증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가 중요한 백화점의 특성상 비용절감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최대한 고객 편의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는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 비용절감을 하고 있다.대상(001680)과 동원F&B(049770)는 저녁 7시 이전에 퇴근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좋은 일터 만들기’(Good Work Place) 차원이지만 야근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하이트진로(000080) 역시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과 스마트오피스 확대로 불필요한 소모품 사용을 막고 있다. 또 소주와 맥주로 나뉘어 있던 영업조직을 통합해 중복 지출을 줄이고 있다.
중견기업들도 비용절감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동양그룹은 점심시간 1시간 소등과 5층 이하는 계단이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한샘은 전국적으로 직영 주유소와 계약을 통해 유류비용을 줄이고 있다. 사원증을 인식해야 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해 꼭 필요한 문서만 출력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회사의 관리 담당자뿐 아니라 전 직원이 비용절감에 관심을 갖고 작은 비용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식사시간에 소등을 하고 계단을 이용하는 일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