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출신 단과대학 수석 졸업자들은 전 학년 'A'를 받을 만큼 뛰어난 전공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에선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경남 모 지방대학 자연대 수석 졸업자인 박 모(28)씨.
평균 4.2의 학점으로 수석 졸업이라는 영예를 차지한 박 씨지만, 졸업 후 남은 건 '실직자'라는 이름표 뿐이다.
박 씨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20여 군데 넘게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번번히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
이처럼 취업에서 매 번 쓴 고배를 마신 이유에 대해 박 씨는 "학교 다닐 때 남들보다 성실히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그러나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보니 학과 공부와 취업 준비는 별개인 것 같다"라고 자책했다.
박 씨는 "경기도 안좋은데다가 취업을 앞둔 대졸 인력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성실하게 쌓아 온 학점은 아무 소용이 없는 듯 하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취업 정보도 박 씨에게는 큰 불만이다.
박 씨는 "수도권 출신들은 취업 박람회 등 취업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어 취업 흐름 등을 잘 알 수 있지만, 지역은 취업 및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없다보니 면접 때 당당한 수도권 출신들을 보면 기가 죽는다"라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역시 지방대 상경대를 수석 졸업한 김 모(25)씨는 올 상반기까지 취업이 안되면 하반기에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김 씨는 "전공 뿐만 아니라 복수 전공까지 선택해서 졸업 직전까지도 취업보다는 학과 공부에 충실했다"며 "올 상반기 취업을 목표로 삼긴 했지만,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좋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몇 번 입사 원서를 냈지만, 취업에 실패한 김 씨는 "대학만 다를뿐이지 토익이나 다른 경험들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떨어지는 것을 보면 지방대여서 그런건지 답답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대를 수석 졸업한 구 모(28)씨도 마찬가지다. 구 씨도 "지방대 출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올해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씨는 "서류 전형에 간간히 통과해서 면접을 가 봐도 대부분 수도권 출신들 뿐이다"라며 "아무리 성적이 뛰어나더라도 지방대라는 간판도 취업을 하는 데 불리함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경남 주요 대학의 단과대학 수석 졸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순수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지역 주요 4개 대학의 단과대학 수석 졸업자 30명을 조사한 결과 대학원 진학을 제외한 순수 취업자 수는 11명에 그쳤다.
심지어 한 대학은 올 해 임용 시험에 붙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취업을 한 명도 하지 못했다.
취업을 못한 대부분의 수석 졸업자들은 전공과 상관없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취업에 대비해 자격증과 어학 공부를 하는 등 졸업 후에도 공부를 위해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또, 몇년 뒤 경기가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마지못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수석 졸업자들도 많았다.
수석 졸업자 대부분은 "전공 공부만으로는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고 말해 열심히 전공 공부에 매달려 온 이들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창원대 종합인력개발원 관계자는 "대학 학문 자체가 현장에 도움이 안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취업만을 위한 학문을 해서는 안되지만 실제 교육과정 자체가 사회에서 필요한 부분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대학생들도 이제는 대학에서 준비해 놓은 다양한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