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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13]수도권에 꽂힌 민주당 깃발… 12년만에 독식

김기덕 기자I 2018.06.13 23:39:06

박원순, 과반 이상 득표로 김문수·안철수 눌러… 사상 최초 3선
네거티브 얼룩진 경기지사 선거 이재명… 리더십 상처 숙제도
수도권 유일한 ''친문'' 박남춘, 2배 이상 득표로 현 지사 이겨

[이데일리 김기덕 이종일 기자] 이변은 없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던 수도권 지역 지방선거는 결국 여당 후보들의 압승으로 끝났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과반 이상의 득표율로 야당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며 사상 최초 서울시장 3선에 성공했다. ‘창(민주당)과 방패(자유한국당)’ 대결이었던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는 도전자인 이재명, 박남춘 후보가 집권여당의 지지를 등에 업고, 현직 프리미엄을 무너뜨리고 민주당 험지에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김문수 경기도지사-안상수 인천시장) 이후 특정 정당이 수도권을 독식한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안국빌딩에 마련된 캠프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시 되자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야전사령관 자처한 박원순, 첫 3선 성공

6·13 지방선거 개표결과 오후 11시 15분 기준(개표율 16.5%)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박원순 민주당 후보는 58.2% 득표율로 김문수(자유한국당·20.6%), 안철수(바른미래당·17.1%)를 두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며 당선이 확실한 상황이다. 박 후보는 역대 서울시장 당선자 중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옛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61.05%)에는 못 미쳤지만, 4년 전 지방선거(박원순 56.1%·정몽준 43.0%) 보다는 훨씬 여유있게 경쟁 후보를 앞질렀다. 지난 2011년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도 박 후보는 무소속으로 나서 53.40%의 득표율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46.2%)에게 그리 크지 않은 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서울시장은 지방선거 전체 여론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만큼 세간의 관심이 쏠렸지만, 투표함 뚜껑을 열기 전부터 이미 박 후보의 압승은 예견됐다. 오히려 ‘민주당 경선 승리자=당선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본선 보다는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이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 후보는 지난 4월 당내 중진인 박영선·우상호 의원을 가볍게 누르고 ‘원샷’으로 당내 경선을 통과한 이후, 두달여 동안 단 한번도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1위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은 1995년 민선 1기 선거 이후 23년 만에 3파전으로 치러진 만큼, 김문수·안철수 후보는 두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내달리는 박 시장의 독주를 깨기 위해 단일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대 방식과 각 당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단일화는 결국 결렬됐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블랙아웃’ 기간 직전까지 나온 서울시장 여론조사에 이미 두 야당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박 후보에 미치지 못한 점도 단일화를 무산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박 후보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앞선 두 번의 지방선거때 와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 기자회견에서 “앞선 선거는 저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면 이번에는 서울 25개 구청장, 국회의원 재보선 2명, 서울시의원 후보 106명, 구의원 292명의 후보와 함께 더불어 승리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의 야전사령관을 자처하며 같은 당 후보들을 지원 사격한 것은 그동안 미약했던 당내 지지기반을 확고히 다져 차기 정치행보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네거티브 판친 경기지사, 이재명 ‘신승’

선거기간 내내 네거티브와 스캔들 의혹이 판친 경기지사 선거는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날 조짐이다. 이날 오후 11시 15분 기준(개표율 32.8%) 이 후보는 55.3%의 득표율로 남경필 전 경기 지사의 재선을 저지하는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와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36.7%, 4.8%에 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13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혜경 씨와 손을 맞잡고 높이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구축한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식 선거전에 앞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혜경궁 김씨’ 사건이 불거졌으며 본선 이후에도 형수 욕설 사건, 여배우 스캔들로 사생활·가족사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정책·공약 대결이 실종된 역대급 ‘진흙판 선거판’이라는 오명을 남긴 이유다. 이재명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근거없는 온갖 음해와 정치공작이 선거판을 흐리게 한다.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선 후보까지 거론됐던 여권 잠룡인 이재명 후보가 전국 최다 인구가 몰린 1300만 경기지사 수장으로 당선됐지만,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된 만큼 앞으로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관심이 쏠린다.

반전의 기회를 노리던 남경필 후보는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보수혁신을 주창하며 홍준표 당 대표와 거리두기에 나섰지만, 선거 막판 정태옥 전 당 대변인의 ‘이부망천(서울 살다 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간다)’ 막말 등의 여파로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6·13 지방선거 인천시장 당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가 13일 오후 인천시 남구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천 지역에서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중 유일하게 ‘친문’(친 문재인) 진영인 박남춘 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자유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실한 상황이다. 오후 11시 15분 기준 55.4%를 받은 박 후보는 38.3%의 지지를 받은 유 후보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선거 초기부터 자신을 ‘친문’·‘친노’(친 노무현) 정치인으로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을 지낸 박 후보는 당시 민정수석 비서관 등을 지낸 문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의 정치적 동지인 것을 알리며 유권자의 관심을 끌었다.

박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책에 동조해 서해평화 공약을 제시하며 서해 5도 주민 등 인천시민의 지지를 모아갔다. 제1호 공약으로 ‘서해 남북협력, 동북아 경제도시 조성’을 발표하며 “인천을 평화·경제 번영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지 시장이었던 유정복 후보는 인천시장의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지난 4년 동안 인천시 부채 3조7000억원을 상환한 것과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사업을 추진한 것 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워 박 후보를 추격했지만 친문 진영의 후보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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