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강(强)달러가 뚜렷해지면서 신흥국 통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국내 혼란까지 겹친 멕시코와 터키 통화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양국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멕시코 페소, 트럼프 악재·유가하락 겹쳐 연일 최저
10일 오후 5시(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전일보다 2% 하락한 달러당 21.8067페소를 기록하며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다. 멕시코 페소는 지난 해 16.9% 폭락한 데 이어 올들어서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페소화는 트럼프 당선 이후 두 달만에 14% 가량 급락했다. 트럼프가 대선기간 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또는 탈퇴, 멕시코산(産) 제품에 대한 35% 관세 부과 등 반(反) 멕시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해 단행한 다섯 차례 기준금리 인상 중 두 번을 트럼프 당선 이후에 실시했다. 각각 0.5%포인트(50bp)씩 올리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페소화 가치는 올들어서도 4% 이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하기도 전에 멕시코산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아서다. 트럼프는 포드의 16억달러 규모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시킨 데 이어 도요타의 미국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자진 투항한 피아트 크라이슬러도 미국내 투자 약속과 함께 멕시코 공장 폐쇄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유가 인상 반대시위, 물가 상승 등 국내 문제까지 겹치면서 페소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지난 5일 11개월만에 10억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는 등 총 2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다음달에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한 번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페소 하락이 트럼프 취임 이후는 물론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멕시코의 외환보유액이 현재 1765억달러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용한도까지 고려하면 최대 2600억달러일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멕시코가 달러스와프를 시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고 바클레이즈는 멕시코가 IMF의 신용한도를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라틴아메리카 경제부문 대표는 “페소화 가치가 1달러당 25페소까지 올라간다면 멕시코에 들어와 있는 대외자본이 해외로 이탈할 것이고 멕시코 경제도 황폐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터키 리라 폭락…대통령 눈치 보느라 금리도 못올려
터키 리라화도 이날 달러화 대비 2.2% 내리면서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다. 장중엔 달러당 3.7790리라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저치로 밀리기도 했다. 지난 해 17% 추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리라화는 올 들어서도 첫 7거래일 동안 6% 내리는 등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섰다. 외화예금지급준비율을 0.5% 인하하는 한편 금융시장에 15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또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리라 폭락의 출발은 정치적 혼란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3년 간 장기 집권을 이어가며 지난해 쿠데타를 유발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해부턴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터키의 주력 산업인 관광 산업은 곤두박질 쳤다. 터키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은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일평균 관광객 수는 8000여명으로 2015년 1만2000여명에서 3분의 1 가량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성장률에 집착해 중앙은행과 금융권의 금리 인상 요구를 외면하고 낮은 금리를 강요하고 있다.
리라화 약세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실물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해 3분기 터키는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자칫 잘못하면 통화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면서 투자자들도 터키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터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3%로 중앙은행 목표치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았다. 유니크레디트는 올해 터키 물가가 12%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에게 채권 매수를 늦추라고 권고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터키를 떠나가면서 외화 수요가 증가해 다시 리라화 하락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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