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상선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2년만에 재추진하는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가 또다시 난관에 부딪쳤다. 현대상선의 2대주주이면서 범현대가의 핵심에 자리잡은 현대중공업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상선(011200)의 주총을 하루 앞둔 21일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의 주요 주주로서 이번 주총 안건 중 하나인 신주인수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조항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우선주식의 발행한도를 6000만주로 대폭 확대하려는 계획에 반대한다”며 “보통주 발행여력이 1억1000만주 이상으로 충분하고, 현재 보통주 발행에 문제가 없어 우선주식의 발행 한도를 확대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관 개정을 통해 신주인수권 조항이 통과하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거의 무제한으로 가능하게 돼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하고 “주주권을 훼손하고 지분가치 희석으로 재산권의 심각한 침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관해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을 맹비난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의 반대는 현대상선의 발전이나 대주주의 책임 보다는 오로지 경영권에만 욕심을 갖고 있는 반증”이라며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어 닥친 해운경기 불황으로 선제적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도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 주총에서도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포함한 정관 변경안을 추진했지만 현대중공업, KCC, 현대백화점 등 범 현대가의 반대로 실패했었다. 당시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범 현대가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번에도 범 현대가의 지분율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최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23.88%)를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3.41%) 정관변경을 위한 우호주식 지분이 47%에 달한다.
반면 범 현대가인 현대중공업은(현대삼호중공업 포함) 지분은 21.95%이며, 현대건설이 7.16%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KCC(2.4%)나 현대산업개발(1.3%)까지 포함하면 범 현대가 지분은 32.9%를 차지한다.
이날 현대상선은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나머지 범 현대가의 향배를 의식해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범 현대가 기업들은 주총에서 이번 정관변경에 대해 찬성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영권 안정화와 유동성 확보를 염두한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추진을 두고 다시 한번 엇갈린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의 충돌은 오는 22일 열리는 주총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번에도 나머지 범현대가의 움직임이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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