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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신용등급 강등 '공포'

김재은 기자I 2012.08.01 17:30:00

2년새 2단계 추락 포스코 또 등급하향 기정사실?
롯데쇼핑, SK텔레콤, LG전자, KT 등도 '부정적'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포스코(005490), LG전자(066570), 롯데쇼핑(023530), SK텔레콤(017670), KT(030200)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 신용등급 강등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재무안정성과 수익성 탓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하락 압력이 거센 상황이다.

◇ 포스코 M&A 후유증..또 등급강등?

무디스는 2010년 10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13년만에 강등했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며 추가적 등급하향 가능성을 열어뒀다.

포스코가 등급 강등의 수모를 겪은 것은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사 최상위 신용등급 자리를 신일본제철에 내줘야 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대우인터 인수 이후에도 삼성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 대한통운 인수에 나서는 등 지속적인 M&A 확장전략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6월 또다시 A3 등급으로 한 단계 추락했다. 포스코는 지난 1월에는 호주 로이힐 철광석 프로젝트에 1조80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도 했다.

S&P는 지난달 31일 포스코에 대해 “현재 ‘A-부정적’인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조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할 것”이라며 “보유자산 처분 등으로 3조5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현 등급을 유지하기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불과 2년새 등급이 2단계나 떨어진 포스코는 지난 4월 보유중이던 SK텔레콤 등의 지분매각으로 58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포스코특수강, 포스코파워 등 계열사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등급을 유지하려면 2조원가량의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하이마트를 인수한 롯데쇼핑 역시 공격적인 M&A로 덩치를 불려오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2월 재무구조 악화와 1분기 저조한 실적을 반영해 롯데쇼핑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동시에 하이마트를 인수할 경우 롯데쇼핑의 재무구조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무디스는 “보유 현금으로 상당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쓰더라도 EBITDA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은 3.5배에 달해 A3 등급대비 취약한 수준”이라며 “향후 2~3분기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닉스를 인수한 SK텔레콤은 지난 2월 무디스와 S&P, 피치가 한 단계씩 신용등급을 낮췄고, 무디스는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다.

◇ 떨어지는 수익성 어찌할꼬

공격적 M&A를 통한 재무악화가 아니더라도 수익성이 나빠지며 외부 차입금이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S&P가 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했고, 무디스는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S&P는 당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연결기준으로 계속되는 영업실적 악화와 이로인해 약화된 재무상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피치는 LG전자에 대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스마트폰 부진이 신용등급에 핵심적 리스크”라며 “세전 영업이익률(EBIT마진)이 1분기 3.7%에서 2분기 2.7%로 1%포인트 하락하는 등 영업마진도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6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지속하던 모바일사업부문은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에 잠시 흑자전환하기도 했지만, 지난 2분기에 또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KT의 경우 한국 통신시장에서의 경쟁격화와 보이스톡 위협 등을 이유로 지난 6월 글로벌 신평사들이 일제히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S&P는 “한국 통신산업의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향후 1~2년간 KT영업실적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무료음성통화서비스인 보이스톡 출시가 유무선 통화수익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보이스톡이 KT뿐 아니라 SK텔레콤 등 한국 통신사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연구위원(상무)은 “과거 중국발 모멘텀으로 평가받던 한국기업들이었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글로벌 신평사들이 재무적 가이드라인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며 “한국기업들은 통상 재무적 요인에서 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았고, 비재무적 요인으로 상쇄하는 구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톱10 기업중에 삼성전자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정적’전망을 받게 될 것”이라며 “기업 신용이슈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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