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PF만기,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이태호 기자I 2011.04.13 17:21:42

삼부토건, 현금 800억 들고 법정관리 신청
진흥기업·LIG건설 이어 만기연장 실패

[이데일리 이진철 이태호 기자] 지난 12일 삼부토건(001470)의 법정관리 신청은 우발채무 부담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이 차입금 만기시점에서 최악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건설업계의 위기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동안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업진행이 더디더라도 차입금 만기를 연이어 연장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는데, 최근 연체율 상승에 부담을 느낀 금융권이 태도를 바꿔 강한 회수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만기연장 강한 반발 있었다"

13일 삼부토건의 우발채무 만기연장 협의에 참여했던 한 금융권 관계자는 "10개 안팎의 채권단 가운데 일부가 부도를 내겠다며 반발했다"고 말했다.
 
총 대출금액이 4270억원에 이르고 우리은행, 부산은행, 메리츠종합금융, 신한캐피탈, 외환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솔로몬상호저축은행 등 다수의 대주단이 참여하다보니 의견일치를 보기가 그만큼 어려웠던 것이다.

▲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자료: "10.9 서초구 환경영향평가서)
해당 PF 대출은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대에 고급 단독주택 83가구와 공동주택 236가구 등을 분양하는 타운하우스사업(왼쪽 조감도)을 추진하면서 발생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시행사 우리강남PFV가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지난해말 기준 총 4270억원(한도 4500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시공을 맡은 양사는 PFV가 빚을 못 갚을 경우 해당 채무를 절반씩 인수하기로 약정했다.

하지만 사업 인·허가 등이 지연되면서 PFV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양사는 해당 채무의 만기연장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삼부토건은 지난해말 현재 865억원의 현금을 들고 있었지만, 대주단이 만기연장을 거부할 경우 2135억원에 해당하는 채무를 오늘(만기일) 당장 현금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회생절차 개시를 통한 경영정상화 도모`를 목적으로 법원에 자산 보전을 신청하는 극단적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던 이유다.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남우관광(지분율 95.2%)을 소유하고 있고, 공시지가 기준 2500억원 규모 토지 등 비교적 풍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급작스런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시공능력 34위 삼부토건의 지난해 매출은 8370억원, 영업이익은 201억원이다.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 역시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 PF 대출 만기연장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례다. 또 지난 2월 진흥기업(002780)은 저축은행의 어음상환 요구로 1차부도를 맞고,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 동양건설, `한방에` 무너진 17년 흑자경영

삼부토건과 함께 나머지 2135억원의 우발채무 만기를 맞은 동양건설(005900)도 이같은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다. 17년 연속 흑자경영을 지속했지만 한 건의 PF사업으로 부실회사로 낙인 찍힐 위기에 처했다.

특히 사업 파트너였던 삼부토건의 예고 없는 법정관리 신청으로 자신들의 의지에 관계없이 곤경에 처하게 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주택 미분양 등 부실이 없고, 사업포트폴리오도 주택과 토목 비중이 50대 50으로 안정적"이라며 "호평파라곤, 김포파라곤 등이 지난해말부터 입주해 순조롭게 잔금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인마을 PF 만기연장을 위해 대주단과 협의를 진행해 왔고 올 하반기에는 분양을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대주단과 삼부토건의 협의 결과에 따라 영향은 있겠지만 내곡동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시공능력 35위 동양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조366억, 영업이익은 637억원이다.
 
한편 삼부토건은 현재 채권단과 법정관리 철회를 논의하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권이 새로운 담보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돈을 회사측에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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