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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호조에 금리 인하 기대감 뚝…워시 의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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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6.07 16:31:49

5월 고용 17.2만명 증가…금리인하 기대 후퇴
해맥 "곧 행동할 수도"…금리인상 가능성 거론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월가 전망 수정 나서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취임 2주 만에 예상치 못한 시험대에 올랐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지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강한 5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일부 투자은행들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워시 의장은 취임 직후부터 정치권과 금융시장의 상반된 요구 사이에서 첫 통화정책 회의를 준비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고용 호조에 연준 매파들 “곧 행동”…월가도 금리 인상 전망

미 노동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5월 비농업 고용이 전월 대비 17만 2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업률은 4.3%로 전월과 같았다. 이번 고용보고서는 단순히 예상치를 웃돈 수준을 넘어 노동시장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졌던 고용시장 둔화 우려가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의 시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투자자들은 연준이 연내 세 차례가량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이 상승세를 보였고 기업들의 채용 수요도 둔화 조짐을 나타내면서 연준이 경기 방어를 위해 추가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지난해 연준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배경 역시 노동시장 냉각 우려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봄 들어 상황은 정 반대로 달라졌다. 고용 증가세가 다시 살아난 데다 소비도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미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노동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은 전력과 원자재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으며 관련 산업 전반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경기 둔화 국면이 아닌 경기 확장 국면에서 나타나는 수요 주도형 성장이라는 점에서 연준이 더욱 주목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중동 긴장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몇 달간 연준 내부에서는 노동시장 둔화 위험과 인플레이션 재가 속 위험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우려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고용보고서를 계기로 무게추가 다시 물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연준 내부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성명에서 “현재로서는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최근 추세가 지속한다면 곧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금리 동결을 지지한 발언이지만 시장은 이를 사실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특히 해맥 총재는 지난 4월 FOMC 회의에서 다른 위원들과 함께 ‘다음 정책 변화는 금리 인하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뉘앙스의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매파 인사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현재 경제 상황을 유지한다면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준 내부 논의의 중심이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으로 바뀐 셈이다.

월가도 빠르게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노동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다시 가속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하방 위험에 대한 우려는 완화하고 정책 리스크의 초점은 인플레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오는 6월 FOMC 회의에서 사실상 금리 인하 편향(easing bias)을 공식적으로 폐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강한 고용 증가세를 고려하면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 편향을 제거할 가능성이 크며 9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BNP파리바는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앞으로 1년 전망에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공식 반영했다. BNP파리바는 연준이 지난해 단행한 세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올해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되돌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임금상승률 둔화를 고려하면 워시 의장이 성급하게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글로벌투자은행 고용보고서 평가 및 연준 정책 전망
트럼프는 금리 인하 압박…시장은 정반대 베팅

반면 백악관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훌륭한 고용보고서가 나왔는데 주식시장은 올라야 한다”며 “성장이 곧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개월 동안 연준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지난달 워시 의장 취임식에서도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하라”고 말했지만 같은 날 저녁 유세에서는 “금리를 낮추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CNBC 인터뷰에서 “이번 고용 증가는 금리 인상이 필요한 전형적인 사례가 아니다”며 “연준은 앞으로 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갖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고용 증가는 수요 과열이 아니라 경제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공급 측면의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미 국채금리는 상승했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 넘게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경제가 강하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결과 연준이 다시 긴축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연준은 이달 16~17일 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투자자 관심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수정 경제전망(SEP)과 점도표, 그리고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에 집중되고 있다. 노동시장 재가속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연준이 어떻게 평가할지에 따라 앞으로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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