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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1969년 인류를 처음으로 달에 보낸 아폴로 11호와 뒤이어 달에 간 아폴로 12호, 1972년 마지막으로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킨 아폴로 17호가 채취한 흙을 각각 4g씩 받아 총 12g의 샘플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로버트 펄 박사는 15년 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식물 재배 실험을 위해 샘플을 요청했으며 지난해 3월 처음으로 허가를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골무 크기의 세포 배양 용기에 달의 토양을 0.9g씩 넣은 뒤 5mm의 깊이에 ‘애기장대’의 씨앗을 심고 물과 영양분을 보충해줬다. 애기장대는 모든 유전자 정보가 파악돼서 과학 연구에 널리 쓰이는 식물이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배양 용기에서 애기장대가 싹을 틔웠다.
애기장대는 발아에 성공했지만 자라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관찰됐다. 성장 속도가 느리고 뿌리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으며 잎에 붉은 반점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애기장대는 염분과 금속 등이 포함된 달 토양의 구조적·화학적 구성에 적응하려고 분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달의 토양에서 식물을 정상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스티븐 엘라르도 박사는 식물 재배로 흙의 성질이 바뀔 수도 있다면서 건조한 달의 토양이 물과 양분을 공급받으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은 나사의 달 탐사 프로그램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사가 추진하고 있는 28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달을 우주 탐사의 전진기지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펄 박사는 “미래에 달을 우주탐사 허브나 발사장으로 삼으려면 그곳에서 작물을 키워 자급자족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