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F21] “온라인플랫폼법, 급할 거 없다” 전문가들 한목소리

이대호 기자I 2021.11.23 14:29:06

<23일 이데일리 IT 컨버전스 포럼>
부처 간 관할권 다툼에 ‘성급한 규제 경쟁’ 우려
“틀에 가두지 말고 플랫폼에도 발전할 길을 열어야”
이해관계 실상 헤아려야…핀셋형 규제 검토 필요 진단

이성엽 고려대학교 교수와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위원(왼쪽부터)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이데일리 IT 컨버전스 포럼”에서 “상생과 혁신 모두 잡는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란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3개 기관이 협의·추진 중인 ‘온라인(디지털) 플랫폼 규제 법안’, 이른바 온플법(온라인 플랫폼법)에 대해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온플법은 이번주 정무위와 과방위 법안 심사 소위에서 논의된다. 여당은 12월 중으로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벤션센터에서 ‘스페이스 레볼루션: 메타버스와 콘텐츠 플랫폼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데일리 IT컨버전스포럼(ECF) 2021‘에서 플랫폼 혁신과 규제 관련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를 좌장으로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이 참가한 가운데 규제를 당장 도입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

플랫폼 혁신과 발전을 도외시한 규제 논의, 국민 편익이 아닌 이권단체 목소리가 반영되는 규제, 시장 경쟁이 아닌 부처 간 규제 경쟁으로 비치는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이 나왔다.

이종관 위원은 같은 시장을 놓고 부처 간 다중적 거버넌스(관리체계)를 가질 경우,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규제 증폭’ 현상을 우려했다. 이 위원은 “A기관이 10이라는 규제를 할 경우 B 기관이 9를 할 수가 없다”며 “특혜다,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 규제 입법을 보면서 슬픈 예감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우려가 굉장히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위원은 “시장경제 체제에선 규제 도입을 위해 규제 필요성을 입증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과연 입증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오는 과정이었으나 봐야 하지만, 부처들이 관할권 다툼으로 빨리 도입되는 것은 아닐까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시장 경쟁이 아닌 규제 경쟁이 활성화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신민수 교수는 현재 규제 논의를 ‘틀에 가둬놓고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칭했다. 신 교수는 “플랫폼 발전 과정에서 정책 방향이라면 기존 사업과 갈등을 해소하고 기존 사업은 물론 플랫폼에도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틀에 가둬놓고 승자가 누구냐 하는 논쟁”이라며 “기존 사업도 발전을 이루고 플랫폼도 틀을 벗어나게 해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책이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벤션센터에서 ‘스페이스 레볼루션: 메타버스와 콘텐츠 플랫폼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이데일리 IT 컨버전스 포럼(ECF) 2021’이 열렸다. (사진=이대호 기자)


박용후 대표는 플랫폼 이해관계자의 실상을 헤아릴 수 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헤어숍의 경우 카카오의 플랫폼 철수 얘기가 나오자 “우리는 어떻게 홍보 마케팅을 해야 하느냐, 다시 전단지를 돌려야 하는냐”는 입점 헤어숍의 실상을 짚었다. 박 대표는 ‘카카오가 하기엔 좀 부끄럽지 않냐’며 일부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를 권고한 국회 발언을 지적하면서 “시장에 나와보고 조사는 해보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권단체 대변인이 되지 마시고 퓨처마킹(미래에 당연해질 일을 찾는 것)을 하시라”면서 국회에 일갈했다. 이어서 “국회에서 관여를 안 하면 유니콘(1조원 기업가치 비상장사)이 20개 만들어지고, 계속 관여한다면 있던 유니콘도 없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장을 맡은 이성엽 교수는 마무리 발언으로 “전체적으로 규제가 성급하다”라며 “3개 부처가 협의한다는데, 부처 간 협의가 얼마나 어려운가. 실효성이 있을지부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EU(유럽연합)와 미국도 플랫폼 규제 법안을 공개하고 최소한 2,3년은 논의하는데 우리나라는 내놓자마자 통과시키려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거듭 지적했다. 덧붙여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의문점이 상당히 많다”며 “소비자 편익을 주는 서비스는 실증적 연구와 깊은 논의를 거쳐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문제점을 제거할 수 있는 핀셋형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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