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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안 먹히는 금융위기 터진다면..코스피, 1100선까지 하락 전망

최정희 기자I 2020.03.13 14:27:44

SK증권 보고서..최악의 시나리오 가정
신용위험에 정책 약발 안 먹히면..연 고점 대비 50% 하락할 듯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스피 지수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경우 1100선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SK증권은 13일 보고서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코스피 지수를 전망했다.

가장 기본 시나리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현재의 제한적 확산을 유지하면서 신용 리스크 역시 제한적으로 발생하고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는 등 예상 가능한 수준의 정책이 나와 시장에 먹힐 경우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전체하에 올해 코스피 최고점은 2267선이고 하단은 1800선”이라면서도 “투자심리기 위축된 상황에서 정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연고점을 돌파하긴 쉽지 않아 상단은 2200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속도가 진정되면서 신용 리스크 발생이 지연되고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이 발표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당초 SK증권이 제시했던 1950~2400선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날 유럽, 뉴욕증시가 10% 안팎의 폭락세를 보인데 이어 코스피 지수 마저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8% 넘게 폭락, 장중 1600선으로 내려갔단 점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금융위기 발생 시나리오”라며 “이미 경고음은 울리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며 “정책 힘으로 이를 살려보려고 하겠지만 위기를 막지 못할 때를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사실상 코스피 지수 밴드 예측은 무의미하다. 이어 “모든 자산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서 투자 전략을 제시하기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주가는 50% 수준까지 급락한다”며 “올해 최고점이 2267이란 점을 감안하면 약 1100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미 유동성이 많이 풀렸고 향후 금융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정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신용위험 정도는 어떨까.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하이일드 시장에서 스프레드가 급등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며 “문제는 이러한 신용위험이 금융기관의 강제적인 디레버리징으로 이어지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1989년 저축대부조합 사태가 터진 이후의 위기, 2000년 닷컴버블이 붕괴되고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뒤 나타난 붕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 모두 디레버리징이 쇼크와 경기침체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현재 장단기 금리차와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낙관적이지 않다”며 “장단기 금리차 축소(둔화 국면)에서 하이일드 스프레드 확대(위험 국면)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국면으로 진입하면 낮아진 절대 금리 수준 하에서 신용 위험이 부각되거나 디폴트로 이어져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등 극단적인 위험회피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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