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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옐런 한 목소리 “고용, 인플레 유발보다 침체 우려할 때"

김상윤 기자I 2024.07.10 14:37:16

고금리 따른 잠재적 위험 경계심 확산
가파른 이민 급증에 임금상승률도 제한적
점진적 상승하는 실업률…금융시장도 악영향
연이은 인플레 둔화 전제돼야…이번주 CPI 주시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고용시장은 완전히 균형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코로나19 이후 인력 공급 부족으로 고용시장이 뜨거웠지만, 지금은 고용에 따른 인플레이션 유발 압력이 낮아졌다.”(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미국의 통화·재정정책 수장이 10일(현지시간) 한목소리로 미국의 고용시장이 식고 있음을 확언했다. 고금리로 인한 고용시장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게 유지되는 것과 고용시장이 지나치게 둔화되는 것 사이의 위험이 점점 더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양면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실패할 위험에 방점을 찍고 고금리 정책을 펼쳐왔지만, 이제는 자칫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실업률이 치솟을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최근 고용데이터는 상황이 2년 전보다 상당히 냉각됐다는 꽤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하지만 지나치게 약해질 수 있는 위험에 절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재차 반복했다.

옐런 재무 장관도 파월을 거들었다. 그는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고용공급이 급증하면서 이제는 고용시장이 타이트하지 않게 됐다”며 “더는 팬데믹 회복 초기와 같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양 수장의 발언은 고용시장 평가에 대한 중요한 변화다. 그간 고용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으면서 임금이 상승하고, 기업들은 소비자에 이를 전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악순환을 겪었지만, 이제 더는 그런 현상은 사라졌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배경엔 급증한 이민이 자리 잡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는 약 330만명 늘어났다. 이들은 상당수 저임금 노동자로, 미국 기업들은 더 싼값에 노동력을 공급받고 있고 임금에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다. 실제 임금상승률은 최근 들어 전월대비 0.3% 아래에서 억제되고 있다. 예상보다 강력한 이민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고금리에 실업률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넉달 동안 0.1%포인트씩 오르면서 4.1%까지 올라섰다. 아직은 고용침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한번 실업률이 상승하면 급격하게 오르는 경향을 고려하면 연준이 더는 고금리를 고집하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고용침체 가능성이 커지면 금융시장도 금리인하보다는 기업실적 악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급락할 수 있다.

나타시스 인베스트먼트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호지는 “연준이 임무 중에서 위험의 균형으로 약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9월 금리 인하를 위한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준의 초점 변화는 충분한 인플레이션 둔화가 전제돼야 한다. 11일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월에 이어 둔화세가 이어진다면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보다 확실해질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근원 CPI상승률은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3.4%로, 전월과 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수바드 라자파 전략가는 “시장은 9월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지만 확정된 게 아니다”며 “끈적끈적한 데이터가 나올 경우 쉽게 그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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