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의 기회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FDA가 수정보완을 요청한 만큼 그 사유를 명확히 분석하고 보완해 다시 허가 신청을 하면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HLB 경영진의 자신감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HLB 그룹 투자자들은 당장 손해가 막심하다. FDA 승인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HLB 그룹사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발표 전날인 16일 9만5800원이던 HLB 주가는 20일 4만7000원으로 폭락했다. 1400억원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HLB생명과학도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계획했던 투자 유치도 불투명해졌다.
진양곤 HLB 회장을 찬양했던 투자자들은 당장 회사를 원망하고 있다. 업계와 시장에서도 HLB를 비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신약개발에 실패해서가 아니다. HLB 경영진들이 근거없이 무리한 성공 마케팅으로 주주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는 스스로의 선택이기에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지만, HLB 측의 유난스런 마케팅이 한몫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경쟁약 대비 일정부분 우수한 수치를 나타냈긴 했지만, 미중 갈등속에서 항서제약이라는 불안요소가 있었다. FDA 실사 결과를 회사 측이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자신해서는 안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FDA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임상을 수행하거나 진행한 신약을 분석한 결과 신약 승인을 획득한 확률은 평균 9.6%였다. HLB와 같은 항암제의 경우 승인 획득 확률은 더욱 낮은 약 5%에 불과했다. 또 증권사 분석리포트에 따르면 FDA가 지적한 CRL 내용과 회사가 발표한 CRL 내용이 100% 매칭된 경우는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여러모로 HLB가 신약 승인 예측부터 CRL 원인 공개까지 좀 더 보수적이고 투명하게 대처했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의약품 허가업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는 “HLB의 허가 불발은 전략의 불발”이라면서 “본인들조차 FDA 허가 업무에 대한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FDA 허가가 거의 확정적이라는 식의 언급과 행위는 어떤 의도를 떠나 근거없는 자신감에 불과하다. 이는 K바이오에 대한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K바이오는 이미 과거 HLB와 유사한 사태로 힘든 시간을 견디는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국내 기업들은 너도나도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몇몇 기업은 성공 마케팅에 주력했다. 주가도 그만큼 올랐고, 수많은 투자자가 철석같이 믿었지만 상용화는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기업 주가는 폭락했고, 업계 투심 자체가 싸늘해졌다. 이번에도 그런 기류가 이미 시장에서 읽히고 있다. HLB 같은 근거없는 자만심 마케팅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