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판결은 김씨가 지난해 5월 임차인 85명에게 보증금 183억여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처음 기소된 사건에 한해 선고됐다.
김 씨는 분양대행업자들과 공모해 2017년부터 임차인들에게 전세 보증금 등 임대차 보증금을 되돌려줄 능력이 없는데도, 수도권 빌라 500여 채를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피해자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딸 2명의 명의로 빌라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 딸들을 범행에 가담시킨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씨와 분양대행업자는 보증금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겼고, 해당 금액은 1건당 최대 5100여만원으로 총 11억8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두 딸과 분양대행업자와 함께 지난해 추가 기소됐다. 검찰이 보강수사를 거치며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355명, 피해 금액은 795억원으로 늘어났다. 추가 기소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에게 배당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보증금 반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것은 유감”이라며 일부러 세입자를 속이려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중형을 내려달라”며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실질적 분양대금이 임대차보증금보다 낮다는 사실을 숨기고 마치 정상 반환될 것처럼 기망해 계약을 체결했고, 대행업체와 공모해 보증금 일부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나눠 가지기도 했다”며 “결국 계약만료 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음으로써 재산상 손해 입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민층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 사건 사기로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해 주거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받았고, 아직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회복에 대해 노력을 하지 않았고 이해 못 할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과 유사한 사기에 의한 수법으로 저지른 범행이 별건으로 기소돼 재판 중이며 일부 피해자들이 경매 절차에서 금액 일부를 반환받은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측 대리인은 선고 후 “전문적인 전세 갭투자 사기에 대해 법원에서 검사의 구형 10년을 꽉 채워 판결했다”며 “앞으로 엄벌을 하겠다는 일벌백계의 취지에서 판시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다만 “피해자 입장에서 자신들의 전세 보증금에 대한 회복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 회복이 완전히 되고 있지 않다”며 “정치권과 입법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