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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 상위 10개 기업이 기록한 총 매출은 전분기 대비 6% 증가한 352억1000만달러(약 45조 8300억원)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소폭 늘어났지만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파운드리 위축의 가장 큰 이유는 수요 감소다. 가전·IT 제품 등에 쓰이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주요 고객들의 주문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향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파운드리 주문은 더 큰 하향 조정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리 고객인 팹리스 기업들에도 반도체 업황 둔화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 IT 전문 매체에 따르면 대만 팹리스 칩 제조 기업들이 내년 전망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경우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팹리스 기업의 경우 업황이 늘 어려웠다”며 “이미 팹리스 시장의 성장이 둔화한 상태에서 글로벌 시장이 함께 어려워지고 있어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글로벌 패권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파운드리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독자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파운드리 팹(공장)을 자국에 속속 유치하고 있는 만큼 지정학적 논리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만, 미국 팹리스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파운드리 기업을 찾고 있다”며 “생산비용이 비싸도 위험을 감수하기는 싫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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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는 ‘큰 손’ 고객들을 모시기 위해 투자를 단행하며 적극적인 유치전에 나섰다. TSMC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에서 장비 반입식을 열고 향후 3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까지 생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수요를 잡겠단 복안이다.
TSMC보다 한 발 앞서 3㎚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도 최근 퀄컴, 엔비디아, IBM 등 유수의 고객사를 유치하며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텍사스에 파운드리 팹도 건설하고 있다. 또 고객사 저변을 넓히기 위해 제조시설을 먼저 짓고 주문을 받는 ‘쉘 퍼스트(Shell First)’ 전략과 고객 수요에 맞게 제조할 수 있도록 한 ‘테일러드(Tailored) 디자인 서비스’ 등을 내놓으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또 시장 3위인 대만 UMC는 자동차 전기장치(전장), 산업장비 등 비교적 수요가 견조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 믹스를 조정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