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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열었다.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을 비롯해 주차장과 입구까지 마련된 약 3500석 의자는 전국 각지 사찰에서 올라온 승려 참가자로 가득 채워졌다. 이처럼 대규모로 승려들이 모인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기 위한 범불교도대회 이후 14년 만이다.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하는 승려들은 입구에서 열 체크 후 스티커를 붙이고, 안심콜 등록까지 마무리한 후 입장할 수 있었다.
오후 2시 정각이 되자 조계사를 비롯해 전국 사찰에서 울리는 6번의 타종을 시작으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알렸다. 조계종은 종정교시와 참회진언, 석가모니불 정근 등 승가의 전통적인 모습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현 정부의 종교편향 주장과 함께 정 의원의 ‘봉이 김선달’과 ‘통행세’ 발언에 노골적인 불만과 비난이 쏟아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봉행사에서 “지금 어디에도 불교계 헌신의 결과를 찾아볼 수 없다”며 “천진암과 주어사는 천주교 성지가 됐으며, 국민 편의를 위해 제공한 국립공원의 울타리는 수행공간을 옥죄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한국불교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기 시작한 때부터 정부시책에 호응해 선제적 방역지침을 준수해왔으나 우리 불교계에 돌아온 것은 그 어느 정권 때보다 심각한 종교 편향이었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덕문스님은 “정부는 지난 60년 동안 국가의 책무인 전통문화 전승과 보존관리를 떠넘겨왔다”며 “1967년 공원법 제정으로 상당수가 사유지인 사찰과 산림이 국공립공원으로 강제 편입됐고, 2007년에는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됐는데 문화재 관람료를 그대로 남겨두면서 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에게 질타를 받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이밖에 불교계는 정부의 천주교 캐럴 캠페인 지원, 천진암 등 불교유적지의 천주교 성지화 추진, 대통령 해외 순방 시 미사 참석 등을 현 정부 들어 벌어진 대표적인 종교편향·불교왜곡 사례로 꼽았다.
특히 무대에 오른 모든 승려는 정 의원의 불교계를 향한 비난 발언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두고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발언해 불교계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원행스님은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 구역 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덕문스님은 “심지어 여당의 국회의원이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사찰과 스님들을 비난하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사기꾼 집단으로 몰고 있다”며 “정부여당의 왜곡된 종교편향적 자세와 전통불교문화에 대한 몰이해가 불러온 작금의 상황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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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회는 목탁소리를 비롯해 참석자의 박수소리만 간간히 들릴 정도로 정적을 유지하다가 정부의 사과 메시지가 담긴 영상이 송출되자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오후 3시 10분께 조계종은 특별 식순으로 황희 문화체육부장관의 사과 영상을 틀었는데 봉행위원회 등 일부 승려들과 불자들이 격앙된 목소리로 “영상을 왜 트느냐”, “당장 꺼라”, “중단하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급기야 일부 승려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영상 송출은 중단됐다.
황 장관은 영상에서 “종무 행정을 관행하는 부처의 담당자로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불교계에서 제기해주신 관련 사례들을 미리 헤아리지 못해 송구하다”며 “뿌리부터 해소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련법과 제도적 장비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은 황 장관의 영상 상영을 중단하고, 뒷순서였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취소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조계사를 직접 방문한 송 대표는 무대에 오르는 대신 취재진 앞에서 연설문을 낭독했다. 그는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시키면서 시작된 것으로 잘 알고 있다”며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여당의 대표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 의원도 이날 대회에 비공개 참석 예정이었으나 취재진과 인사만 나눈 뒤 사찰을 떠났다. 대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규모 종교행사인 승려대회가 열리면서 방역지침 준수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현행 방역지침은 종교행사 시 최대 299명까지만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행사장인 조계사 주변에서는 ‘전국승려대회 지지합니다’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찬성하는 신도들이 줄지어 있었다. 반면 조계사 맞은편에는 “정권교체가 정답”이라며 이를 반대하는 이들도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날 경찰은 조계사 인근에서 방송을 수차례 틀어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행사에서 마찰이 우려된다”며 방해 행위를 경고했다. 현장 경찰관들에게 “충돌방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얼굴이 식별될 수 있도록 채증을 실시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