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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주거해결 수단으로 꺼내든 시프트…감사원은 "입주자격 불합리"

정다슬 기자I 2021.04.22 14:00:00

강남·서초구 전세가의 45~60% 수준
14.5억 전세가 집에 4억원에 사는 3인 가족
2019년 금융소득으로 총 3.9억원 신고
총자산 아닌 부동산+자동차 가액만 본 탓…"제도 개선해야"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특별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주거정책 브랜드였던 장기전세주택(시프트)가 불합리한 입주자격으로 중산층의 주거안정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오 시장은 시프트의 재추진을 시사한 상태인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22일 발표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정기감사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선정 시 금융자산 등 총자산의 보유규모가 반영되지 않아 입주자 선정 시 자산규모의 역전현상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지는 등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장기전세주택은 국가와 서울시의 재정, 주택도시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주변 전세 시세 대비 최대 80%의 가격으로 제공되며 입주자는 최대 20년 동안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공사에서 공급하는 물량과 서울시에서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해 공급하는 물량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서울시 재건축 매입형의 경우 요지에 위치한 고가 아파트가 상당하다. 게다가 외견상으로는 일반분양주택인지, 장기전세주택인지 구별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라도 들어가고 싶은 ‘꿈의 주택’이다.

2020년 7월 말 기준 전세가가 11억 8000만원인 서초구의 84㎡ 아파트의 경우, 장기전세주택은 5억 6000만원의 보증금만 지불하면 됐다. 이처럼 강남·서초권에 위치한 장기전세주택의 보증금은 시세의 45~60% 수준이었다.

문제는 입주자를 선정하는 자산기준이 부동산과 자동차 가액만 고려돼 막대한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전세주택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영구임대주택과 행복주택, 국민임대주택은 금융자산을 포함한 총자산가액만을 기준으로 입주자를 선정하고 있다.

실제 감사원이 감사기간(2020년 6월 17일~2020년 7월 17일) 동안 강남구와 서초구에 위치한 9개 아파트 단지의 장기전세주택 560가구를 대상으로 금융종합소득 신고 여부를 살펴본 결과 19개 가구, 21명이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종합소득은 연간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사람이 내는 세금이다.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자 및 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이 넘으려면 전액 예금으로 보유하고 금리가 1.85%(2019년 1년 만기 신규 정기예금 평균금리)라고 가정할 경우, 예금 10억 8000만원 이상, 전액 주식으로 보유하고 배당수익률이 2.02%(2019년 코스피 평균 배당수익률)이면 주식이 9억 9000만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주민등록인구의 약 0.2%에 해당하는 12만여명만이 금융종합소득을 신고한다.

금융종합소득을 신고한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를 살펴본 결과 전세보증금 3억원을 부담하며 서초구 전용 59㎡ 입주자는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3억 7000여만의 금융종합소득을 거뒀다. 장기전세주택 84㎡에 4억여원의 전세보증금으로 거주하는 3인 가족은 2019년 금융종합소득 과세대상 신고액으로 각각 1억 5000만원, 1억 3000만원, 1억 1000만원으로 각각 신고했다. 이 집의 전세가 시세는 14억 5000만원이다.

서초구 장기전세주택 59㎡에 저소득층 우선공급을 통해 6억 8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부담하며 살고 있는 또 다른 입주자는 2014년과 2018년, 2019년에 각각 2300만여만원, 4500만여원, 24000만여원의 금융종합소득을 신고했다. 이 집은 2020년 7월 기준 전세가는 11억 5000만원이었다.

감사원은 장기전세주택이 총 자산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주거 안정의 필요성이 큰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자산 등이 포함된 총자산 규모를 고려해 입주자를 선정하는 등 합리적인 장기전세주택 입주자격 기준을 마련하시길 바란다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국토부는 해당 감사결과를 수용하며 서울시와 SH공사와 협의하에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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