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방송된 ‘조선구마사’ 2화에서는 연변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이 등장해 농악무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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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청자들은 이 놀이패가 쓰는 ‘말투’에 주목했다. 이들이 쓰는 말투는 개성이 속한 황해도 지역의 방언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연변 사투리에 훨씬 가까운 말투다.
다만 드라마에서는 여러 지역의 사투리는 흔히 쓰이니 이를 지적할 수는 없다.
문제는 연변 사투리를 쓰는 배역이 놀이패이며, 이들이 농악무를 추는 것이다.
농악은 농촌에서 집단 노동이나 명절 때 흥을 돋우기 위해 연주되던 우리의 음악으로 풍물, 두레, 풍장, 굿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2009년 중국이 ‘중국 조선족 농악무’라는 이름으로 우리보다 먼저 자기들 것이라며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시킨 바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정도면 중국 옹호 드라마 수준이 아니라 애초부터 동북공정을 목적으로 철저하게 기획한 프로젝트다”, “이번일을 계기로 반중운동 일어나야한다”, “헐, 이건 진짜 의도하지 않는 이상...너무 갔다”, “조선구마사 안 본 눈 삽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당 장면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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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이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중국이 추진한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SBS 측은 지난 23일 다수의 매체를 통해 “박계옥 작가는 조선족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놨다.
그럼에도 이같은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는 건 앞서 박 작가가 집필한 tvN ‘철인왕후’는 혐한 논란이 불거졌던 중국 소설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실제 원작 소설의 선등 작가는 고려 문화와 한국인을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며 혐한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당시 ‘철인왕후’ 측은 공식 홈페이지 인물 설명에서 실존 인물인 철종, 철인왕후과 그를 둘러싼 풍양조씨, 안동김씨 등의 인물을 ‘풍안조씨’, ‘안송김씨’ 등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박 작가의 작품 일부에 조선족이 등장하는 것도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영화 ‘댄서의 순정’(2005년) 주인공인 문근영은 연변 출신 조선족 소녀로 출연했고. 드라마 ‘카인과 아벨’(2009년) ‘닥터 프리즈너’(2019년)에서는 조선족이나 조선족를 흉내내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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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조선구마사’는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 측은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다만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지만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는 제작진의 해명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역시 제작진의 해명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 교수는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한다”며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 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조선구마사로 인해 동북공정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시청자들은 단순 시청거부가 아닌 불매 운동으로 ‘시청자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조선구마사’ 제작지원 등 광고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불매 운동 조짐이 보이자 잇따라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