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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장관 '조치 미흡' 인정에도 석연찮은 해명에 논란 커져(종합)

이승현 기자I 2018.02.02 15:44:19

여검사 성추행 사건 방치 의혹 사실상 인정 후 사과
"통영지청에 관심·배려 주문…안태근 등에 연락 안 해"
'이메일 안 받았다' 장관 말바꾸기도 논란
진상조사 의지에 의구심…방치 의혹도 조사대상 지적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원회’ 발족 및 법무부 장관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윤여진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 성추행 사건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부랴부랴 조치가 미흡했다며 사과에 나섰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번 사건을 미흡하게 처리한 이유에 대한 해명이 석연치 않아 논란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을 살펴볼 대검 진상규명조사단이 법무부의 방치 의혹도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영지청에 관심·배려 주문”…안태근 등에 연락 안 해

박 장관은 2일 오후 1시 30분 과천정부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 문제를 알게된 후 취한 법무부 차원의 조치가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매우 미흡했을 것이다”며 “이메일 확인상 착오 등으로 혼선을 드린 것에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서 검사가 겪었을 고통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서 검사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폄하 등은 있을 수 없다”며 “2차 피해가 발행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서 검사 측에 따르면 서 검사는 지난해 9월 29일 박 장관에게 지난 2010년 10월 30일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부당한 인사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직접 보내며 면담을 요청했다. 박 장관은 20여일이 지난 지난해 10월 18일 서 검사에게 답장을 보내 지인을 통해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법무부 관계자와 만나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이에 서 검사는 지난해 11월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과 만나 피해사실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 검사가 지난달 29일 피해사실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폭로해 외부에 알려지기 전까지 법무부는 면담 이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홍성 대변인은 이에 대해 “(법무부는) 면담 이후 (서 검사가 근무하는)통영지청장에 해당사실을 알리고 서 검사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주문하고 애로점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서 검사가 가해자리 지목한 인들에게 연락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하지 않았다. 이들이 이미 검찰에서 퇴직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문 대변인은 “통영지청과 연락을 주고받는 게 법무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였다. 이 문제를 외부에 알리거나 공론화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 검사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언론에 서 검사와 박 장관이 주고받은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언론 인터뷰 이후 검찰 조직 내에서 ‘내부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며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연치 않은 해명에 ‘책임’ 언급도 없어

법무부 해명이 석연치 않은 부분도 눈에 띈다.

서 검사가 법무부 내 성범죄 피해센터 관계자가 아닌 검찰국장과 면담한 이유는 인사 관련 고충을 다루는 곳이 법무부 검찰국이기 때문이라고 문 대변인은 밝혔다. 문 대변인은 “서 검사는 당시는 성추행 관련 공론화를 원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이 부분에 대한 공론화 의지가 있어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 검사는 박 장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10년 10월경 안태근 전 검찰국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명확히 적었다. 설령 서 검사가 검찰국장과 면담에서 부당인사 부분을 주로 거론했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성추행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의 말바꾸기도 논란의 대상이다. 법무부는 전날 오전 박 장관이 서 검사에게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가 오후가 되자 이를 인정했다. 박 장관이 ‘이메일을 받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해서 이 같이 입장을 전달했다가 상황을 다시 파악하고 정정했다는 것이다.

문 대변인은 “박 장관이 주로 법무부 메일을 사용하는데 그 메일에는 해당 내용(서 검사 이메일)이 없없다”며 “다른 메일(검찰 메일)에서 검색하다가 서 검사 이메일을 찾았다. 이건 메일 검색과정에서 착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직 여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메일을 받고 답장을 쓴 게 불과 지난해 10월의 일인데 이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법무부의 초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크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조치가 국민들 보기에 매우 미흡했을 것”이라면서도 법무부 차원에서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내용이 없다.

법무부는 다만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는 법무부와 산하기간에서 발생한 성범죄 실태를 점검하고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A4 2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을 읽은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취재진의 질문은 문 대변인과 황희석 인권국장이 받았다.

전직 법무부 고위간부에게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린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지난달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 당시 법무부 간부였던 안모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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