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수조 원의 기업범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강덕수(65) 전 STX 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14일 “1심에서 유죄로 본 회계분식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강 전 회장과 함께 기소한 홍모(63)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강 전 회장과 홍 전 부회장은 1심에서 각각 징역 6년과 3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모두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감형한 이유는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은 강 전 회장의 2조 3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가운데 5841억원 상당을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은 강 전 회장이 회계 담당자와 공모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회계담당자는 모든 내용을 피고인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보고에 일부 포함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8년도 회계분식의 동기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후 회계분식에 관한 회계담당자의 진술도 모두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STX조선해양은 2007년부터 공격적으로 환 헤지를 시작했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며 “검찰은 환손실을 가리기 위해 회계분식을 했다고 공소를 제기했지만, 피고인은 환손실에 관해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에게 “기업범죄는 규모도 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각성을 촉구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경영 정상화와 그룹 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강 전 회장이 개인 재산을 출자해 회사를 위해 노력한 점도 참작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배임 2840억여원과 횡령 557억여원, 분식회계 2조 3264억여원 등 혐의로 강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